[르포]농슬라 '대동' 3단계 자율작업…"핸들 손뗐는데 땅 갈고 수확까지"

사전 작업 설정 후 조작 두 번 만으로 자율작업
全주기에 자율작업 도입…드론으로 농업 솔루션까지

25일 충청남도 당진시 한 농촌의 '대동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회'에서 자율작업 3단계를 적용한 콤바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이정후 기자

(당진=뉴스1) 이정후 기자 = "핸들 조작을 안 하는데 콤바인 스스로 회전하고 수확까지 하네."

25일 오전 충청남도 당진시의 한 농촌. 대동(000490)의 자율작업 콤바인 'DH6135-A'가 벼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수확을 마치자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더니 180도 회전해 옆에 있는 새로운 벼를 다시 베어냈다.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콤바인에 탑승한 시연자는 핸들에서 손을 뗀 채 관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날 대동은 시연회를 열고 트랙터-이앙기-콤바인으로 이어지는 자율작업 3단계 풀 라인업을 공개했다. 모를 심고 벼를 추수하는 농사의 모든 과정을 대동의 자율작업 농기계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선도 기업인 '테슬라'에 빗대어 '농슬라'로 불리는 대동의 자율작업 기술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5일 충청남도 당진시 한 농촌의 '대동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회'에서 자율작업 3단계를 적용한 콤바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이정후 기자

약 3967㎡(1200평) 규모의 시연회 농지는 전날 비가 내려 곳곳이 질척거렸다. 좋지 않은 토지 환경이었지만 140마력 대의 대동 트랙터와 콤바인은 무난하게 작업을 선보였다.

시연회의 관심은 자율작업 콤바인 'DH6135-A'에 쏠렸다. 2019년 이앙기, 2021년 트랙터에 이어 자율작업 농기계 풀 라인업의 마침표를 찍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사전에 경로 설정이 완료된 콤바인을 운행해 보니 단 두 번의 조작만으로 수확 작업이 가능했다. 수동 작업을 위한 좌우 조향기와 전진·후진을 위한 기어가 따로 있었지만 이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콤바인 내부의 터치스크린 아이콘을 누르고 전진 기어로 설정만 해주면 자율작업이 시작됐다. 콤바인은 스스로 움직이며 벼를 베어내는 예취 작업과 탈곡-선별-저장-배출 과정을 일사천리로 해냈다.

비가 온 탓에 경작지 곳곳이 움푹 패어 있었으나 콤바인의 예취부는 벼의 높이에 맞춰 스스로 위아래로 움직여 균일한 결과물을 수확했다.

시연회에서는 두 번의 조작만으로 자율작업이 가능했다. 실제 환경에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농경지 외곽을 3바퀴 돌면서 작업 면적을 설정하고 경로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저장한 경로는 나중에 그대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넓은 시야 폭으로 작업 환경도 한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이전 모델 대비 전방 및 우측방 시계 폭이 각각 6%, 75% 증가했다. 소음과 진동도 43%, 5%씩 줄어 작업 환경은 더욱 좋아졌다.

자율작업 콤바인 1호 구매자인 박상욱씨는 "콤바인은 조작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자율작업 기능을 활용하니 피로도가 많이 줄었다"며 "선회하는 동작도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워 수월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25일 충청남도 당진시 한 농촌의 '대동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회'에서 자율작업 3단계를 적용한 트랙터가 자율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이정후 기자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A의 조작도 매우 간단했다. 차량 내부 터치스크린의 '작업 시작'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사전 설정된 시작점으로 트랙터가 스스로 움직였다. 직선 코스와 곡선 코스가 연속되는 구간도 부드럽게 운행했다.

시작점에 도착한 트랙터는 작업자의 명령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GPS를 통한 실제 위치 데이터와 비교해 제대로 도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작업을 허용하자 트랙터는 본 작업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치스크린에는 자동으로 생성된 자율작업 코스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표시돼 있었다. 트랙터는 해당 코스를 따라 직진과 회전을 반복하며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의 간섭은 필요하지 않았다. 핸들, 페달, 브레이크 등 조작부를 제어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업을 해냈다.

대동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A'의 내부 터치스크린 화면. 자율작업 경로가 설정돼 있다.ⓒ 뉴스1/이정후 기자

자율작업을 수행하기까지는 콤바인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사전 설정이 필요했다. 경작지 외곽을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해 한 바퀴 돌며 4곳의 포인트를 지정하는 과정이다. 자율작업을 위한 최대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는 해당 경작지의 작업 범위와 코스가 저장돼 별도 설정 없이 반복할 수 있다.

대동 관계자는 "우리나라 논은 사각형이 아닌 곳도 많기 때문에 오각형, 육각형 등 경작지 모양에 맞춰 추가로 포인트를 설정할 수도 있다"며 "경작지 데이터를 자율작업 이앙기, 콤바인에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5일 충청남도 당진시 한 농촌의 '대동 자율작업 농기계 시연회'에서 이앙기 자율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대동 제공)

이날 현장에는 '농업 전 주기 자율작업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앙기의 시연회도 있었다. 직진만 가능하던 자율주행 기능에서 선회 기능까지 추가하며 활용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이앙기는 모판 운반자 1인과 이앙기 운전자 1인 등 2인 1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자율작업 3단계 기술이 완성되면서 혼자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이와 함께 생육드론도 공개했다.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농작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직접 농작물의 상태를 살펴보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면 드론 활용 시에는 2분30초가 소요된다. 이를 통해 농작물의 비료 및 수확 최적화 시기를 분석할 수 있다.

또 대동의 농기계를 관제하는 '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율작업 콤바인 작업 이후 수확된 곡물의 양을 표시하는 수확량 모니터링 기능도 시연했다.

대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농기계와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 서비스를 융합해 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