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줄줄이 폐업…"빚 더 쌓이면 폐업도 못 해"[대출의 늪]
은행간 기업대출 경쟁 심화에도 고금리 기조 여전
8월 파산신청 1023건 전년比 54% ↑…최다 기록할 듯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치솟은 대출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어닥친 경기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출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보니 어느때보다 고통이 큰 상황이다.
29일 은행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5대 주요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 4893억원으로 젼년동기 687조4233억원보다 60조661억원(8.7%) 증가했다.
5대 은행이 5월부터 7월까지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연 5.28~5.5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취급한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보다 오른 수치다. 같은기간 개인사업자 물적담보대출 평균금리도 연 5.28~5.42%에서 연 5.35~5.47%로 상승했다.
5대 은행의 5~7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연 5.49~6.57%로 4~6월 연5.41~6.58%로 하단은 높고 상단은 소폭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은 연 5.24~6.01%에서 연 5.37~6.46%로 상하단 모두 올랐다.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상단이 1개월만에 0.01%포인트(p) 하락한 것은 기업대출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간의 경쟁이 치열해 진 영향일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물적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중소기업 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은행 간의 유치경쟁이 심화하면서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 이후 소폭 떨어지긴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칫 여파가 은행의 건전성으로 전이될 수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폐업은 최다 기록 경신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 올해 8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파산신청 건수는 총 1034건으로 전년동기 652건대비 54% 증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7만806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1~8월 폐업 공제금 지급금액도 8948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 급증했다.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11만건을 넘고 지급금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줄줄이 파산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업종을 변경하면서 재도약을 노리다가 결국 빚만 잔뜩 떠안은채 문을 닫는 상황이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더 상황이 어려운 이들은 밀린 임대료와 미수금을 갚지 못해 업장의 문을 닫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빚만 산더미처럼 늘고 있다. 빚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서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 중인 송모씨(39)는 "일 매출은 어느정도 꾸준히 나오는데도 마이너스인 날이 꽤 되다보니 매월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수익은 100만원 전후여서 가게를 내놨다"며 "가게를 운영했던 지난 4년간 2000만원의 빚이 생겨서 더는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해 정리하기로 했다. 빚이 더 쌓이면 폐업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박재호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와 경기침체 속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의 연쇄 부실을 막으려면 코로나 대출의 만기연장, 상환유예조치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실 실패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기 위한 적극적인 보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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