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거짓정보' 들통 난 퍼시스 결국 백기…"기존 계약서 유지"
퍼시스 공정위 시정명령 활용 인정…하루만에 "혼선드려 죄송"
점주 집단반발 6일 만에 백기…"위탁판매 철회에 힘 모을 것"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퍼시스(016800)가 분노한 점주들의 집단 반발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퍼시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지도 않은 시정명령을 도구로 대리점에 불리한 조항을 포함한 신규계약서를 받아내려다 들통이 나자 '조항 변경은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꿔 점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퍼시스그룹(일룸·시디즈·데스커 등)은 매출 1조원을 넘겨 한샘(009240), 현대리바트(079430)에 이어 가구업계 3위 그룹이다. 사무가구 부문은 영향력이 절대적인 1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이날 오후 5시30분쯤 '중요공지-2023년 유통망 계약 체결 관련 추가 공지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공지문을 올렸다.
퍼시스는 공지문에서 '최근 계약과 관련 일부 대리점주들 요청이 있어 2022년 기준 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며 '현재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대리점은 2022년 기준 동일 계약서를 배포할 예정이고 (앞서) 신규변경계약서에 날인한 점주들도 계약변경을 원하면 2022년 기준 계약서로 계약 날인이 가능하다'고 알렸다.
이는 퍼시스가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신규계약서로 체결하려던 것을 백지화한 것이다. 회사가 허위 정보로 자신들을 속이려했다는 점을 알게 된 점주들이 집단으로 반발하자 백기를 들었다.
퍼시스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도구 삼아 신규계약서를 받아내려다 뉴스1이 공정위는 퍼시스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하자 '조항 변경은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관련 기사 [단독]퍼시스, 받지도 않은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대리점에 갑질 의혹, '거짓정보' 들통에 말 바꾼 퍼시스 "공정위 시정명령과 무관" - 뉴스1 (news1.kr))
퍼시스의 말 바꾸기는 대리점주들로부터 신규계약서 사인을 받아내기 위해 확정된 바 없는 공정위 시정명령을 활용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퍼시스는 이날 공지문을 올리기 전까지 각 대리점주들에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 하지 않은 경우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퍼시스유통상생협의회는 "본사의 계약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텨준 많은 대리점주분들 덕분에 본사가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며 "우리가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다는걸 증명했다. 앞으로 위탁판매 철회를 위해 더 많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퍼시스의 첫 공지문에는 '퍼시스는 2021년 10월쯤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며 '신규계약은 대리점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돼 있었다.
신규계약서는 대리점주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이라는 퍼시스 측 주장과 달리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을 포함했다. '제17조 계약해지'와 관련해선 계약해지를 위한 서면 통지 필요 회수를 2회에서 1회로 변경하고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가했다. 대리점주들은 임의대로 경고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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