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퍼시스, 받지도 않은 공정위 시정명령으로 대리점에 갑질 의혹
시정명령 이행 이유로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 공지
취재 결과 공정위 제재 아직…퍼시스 "시정명령 의견나와" 해명
- 김민석 기자, 이철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이철 기자 = 국내 사무가구 1위 기업 퍼시스(016800)가 대리점에 불리한 조항을 넣은 신규계약서를 대리점주들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확정되지도 않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을 일종의 압박 도구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퍼시스는 대리점주들에게 공정위로부터 대리점법 관련 시정명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입수한 공지문에는 '퍼시스는 2021년 10월쯤 공정위의 대리점 계약법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3월 일부 사항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다'며 '신규계약은 대리점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으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 체결을 완료해주길 바란다'고 돼 있다.
신규계약서는 대리점주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이라는 퍼시스 측 주장과 달리 대리점주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시정명령에 따라 대리점과의 자동연장계약 조항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퍼시스는 신규계약서에서 기존 '대리점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퍼시스에 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고 퍼시스는 대리점에게 중대한 계약 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점의 계약 갱신 요청을 수락해야 한다'는 자동연장계약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계약해지 조항과 관련해 계약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추가했다.
이를테면 △상호합의하지 않은 영업행위를 통한 판매촉진 및 공정거래 규정을 위반해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퍼시스) 윤리에 대한 제반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공정한 거래를 문란하게 하거나 서비스를 소홀하게 해 공급업자 이미지를 훼손해 2회 이상 경고를 받은 경우 △대리점이 공급업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공급업자의 지식재산권(저작물 등)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대리점의 상표 등 표기방식이 공급업자의 SI·CI 정책에 위반하는 경우 등이다.
퍼시스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퍼시스유통상생협의체는 2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계약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건 임의대로 경고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할 수 있어 대리점에 매우 불리한 조항이라고 우려했다.
퍼시스는 그룹차원에서 대리점 판매 정책을 대리점은 영업만 하고 계약은 본사가 직접하는 위탁 판매 형태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대리점주들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걱정하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뉴스1 취재 결과 공정위는 퍼시스에 대한 제재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대리점법 관련 조사한 것은 맞지만 올해 2~3월 퍼시스와 관련한 전원회의·소회의는 일절 열리지 않았다. 시정명령을 내리려면 공정위가 전원회의 혹은 소회의를 열어 심사보고서를 의결해야 한다.
심사관 전결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공정위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에도 최종 의결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퍼시스가 대리점주들에게 신규계약서 체결을 유도·압박하기 위해 확정되지도 않은 공정위 시정명령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퍼시스는 공지문에 4월12일까지 신규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경우 계약체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명시까지 했다. 이는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비칠 수 있는 문구다.
퍼시스는 뉴스1이 취재에 돌입하자 공지문 일부를 수정해 다시 공지했다. 기존 '시정명령'이라는 문구는 '시정명령(심사관 조치의견)'으로 수정하고 시정명령 사유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미지급 조건 개정'이라고 명시했다.
퍼시스 홍보대행사 측은 "공정위 조사 결과 심사관 시정명령 의견이 나온 상황으로 공정위 심의위원회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신규계약서 체결 압박과 관련 퍼시스 본사의 정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추가 연락을 취했지만 홍보대행사는 "퍼시스에 확인하고 답변 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퍼시스는 본사 내 홍보팀 및 홍보담당자가 없고 대외 소통창구를 일절 두지 않고 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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