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13명 전공의 이탈, 의료현장 혼란 가중…정부, 구속수사·출금 압박

하루새 이탈 5배 급증…중소병원 환자 몰리며 북새통
정부 "주동자·배후 세력 구속수사" 강경 대응 방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2024.2.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대학병원의 전공의 숫자가 7000명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강제 수사'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며 전면 압박에 나섰다. 전날 대화와 설득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전공의 이탈 이틀째 전국 의료현장에서는 중소 병원에 환자가 대거 몰리며 혼란이 이어졌다.

21일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은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열고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 주동자와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 수사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정식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이탈 이틀 만에 강제수사 경고…해외출국 제한도

정부는 우선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와 배후 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 진료나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뒤 의료 현장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하였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면 그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불법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에 대해 수사 후 재판에 넘기는 것은 면허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의사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명령에 따르지 않아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나오면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다.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의료파업 전례를 고려하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고, 의료분야에서 개시명령을 받고 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며 "사업자단체가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강압·강요를 하게 되면 공정위 전속고발을 통해 수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집단행동으로 사직서를 낸 의무사관후보생의 경우 정상 수련의와 마찬가지로 국외여행 허가를 신청할 때 소속 기관장 추천서를 받도록 해 사실상 해외출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2024.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5배 늘어난 전공의 이탈…"전공의 해외여행 제한, 강력범 취급"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실제 전공의 집단행동 이틀째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더 늘어났다.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으로, 전날 6415명보다 1398명(21.8%) 늘었다.

특히 근무지 이탈 전공의는 7813명으로 19일 1630명보다 약 5배 증가했다. 전공의 10명 가운데 6명이 병원을 떠난 것이다.

의대생 휴학 신청도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해 전날 1133명보다 6487명(573%) 증가했다. 이로써 휴학 신청 의대생은 총 8753명으로 집계됐다. 전국 의대생 1만8820명 중 약 46.5% 비중이다.

주수호 의사협회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강경 조치에 대해 "(전공의를) 강력 범죄자와 동일시하고 있다"며 "이성을 상실한 수준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중소병원 환자 대란…현장 의료진도 폭발

정부와 전공의가 강대강 국면으로 충돌하면서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술 취소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원 지연이 1건, 진료 예약 취소가 8건, 진료 거절이 5건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이탈로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거나 수술이 연기되자 중소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중소병원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80명이 방문했는데 집단사직 사태 후 하루에 1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중형급 병원도 외래 진료를 시작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100석 남짓 되는 의자들이 환자들로 가득 찼다.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는 현장 점검을 하는 공무원에게 의사가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란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