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잔치는 끝났다'…새해 ADC로 활로 찾는 외국계 제약사들

엔데믹 후 매출 급감한 제약사 구조조정…화이자, 인력 감축 통해 4조 절감
올해 ADC 시장규모 12조, 2028년 25조원 성장 전망…제약사, ADC 투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코로나19 매출 특수를 누렸던 외국계 제약사들이 엔데믹 이후 제약·바이오 시장의 투자 한파와 백신·치료제 판매 급감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한편, 항체약물접합체(ADC) 투자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올해 하반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에 발표한 670억달러(86조4300억원)~700억달러(90조3000억원)에서 580억달러(74조8200억원)~610억달러(78조6900억원)로 약 13%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경구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코로나19 백신 '코미르나티'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이자는 인원 감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약 35억달러(4조5150억원)를 절감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화이자는 올해 10억달러(1조2900억원), 내년 25억달러(3조2250억원)를 절감할 예정이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8만3000명을 고용했는데 그중 일부를 구조조정한다.

일부 제약사는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대대적인 조정에 들어갔다. 길리어드는 세포 치료제 사업부인 '카이트 파마'의 인력을 약 7% 감축했다. 또 90개의 직무를 새롭게 신설했다. 길리어드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사업분야의 역할 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글로벌 조직 개편을 통해 제약사업부와 항암사업부를 통합하고, 제네릭 사업부인 산도스 분사를 결정했다. 핵심 분야인 심혈관, 혈액암, 고형암, 신경과학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신약 파이프라인도 정리했다. 전체 직원 10만8000명 중 8000명의 인원 감축도 단행했다. 오는 2024년까지 10억달러(1조2905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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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부상 'ADC'…글로벌 제약사들, 조 단위 인수합병

엔데믹 후폭풍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차세대 유망 기술로 꼽히는 ADC 시장 선점에 힘을 쏟고 있다. ADC 기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미국의 화이자, 머크, 애브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대형 제약사들이 조 단위 인수합병(M&A)를 진행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올해 97억달러(12조5178억원)에서 2028년 198억달러(25조5519억원)로 연 평균 15.2% 성장할 예정이다. 글로벌 ADC 파이프라인 수도 대폭 증가했다. 실제 글로벌 ADC 파이프라인은 올해 1월 922개에서 10월 1500개로 증가했다.

ADC는 암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강력한 화학독성 항암제(페이로드)를 결합해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제다. 특정 세포의 특정 단백질 혹은 수용체에 결합해서 항체에 접합된 약물을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다른 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고 특정 세포만을 공격한다.

ADC는 주로 유방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등의 고형암과 급성 백혈병, 림프종, 혈액암 등 항암 분야에 적용돼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00년 화이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마일로탁'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최초 승인을 획득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ADC 품목은 총 15개다.

애브비는 ADC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 기업 '이뮤노젠'을 101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뮤노젠의 난소암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는 지난해 11월 FDA에서 최초로 ADC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약이다.

BMS도 바이오기업 시스트이뮨을 약 84억달러에 인수하며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머크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최대 220억달러 규모의 ADC 3종에 대한 전세계 상용화 및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GSK는 중국 바이오기업 한소 파마슈티컬스와 표적 ADC 'HS-20093'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존슨앤존슨, 암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다수의 빅파마들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는 항체, 약물, 링커 모두가 개발을 위한 핵심 요소이고, 공동 연구개발 및 파트너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만큼 대규모 제약사 중심으로 ADC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종합병원에서 처방되는 고가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위주로 파이프라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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