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방한시장, 반토막난 태국관광객 수 어쩌나
전자여행허가제 도입 후 반한감정 고조
동남아 방한 1위 국가에서 5위로 뚝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동남아 국가 방한 1위였던 태국 관광객 수가 그야말로 반 토막이 났다. 전자여행허가제(K-ETA) 도입 이후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한국 관광 기피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태국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여행객 사이에선 태국 현지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로 혹시 모를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9월 방한객 수는 146만 4300명으로 전년 대비 3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0.3%포인트 높다.
하지만 9월 태국 관광객 수는 1만 8868명으로 전년 대비 20.3%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7.6% 감소했다.
그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방한객 순위도 베트남(4만 4680명), 필리핀(4만 278명), 말레이시아(2만 9347명), 인도네시아(2만 7238명), 싱가포르(2만 6006명)에 밀려 '5위'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 법무부가 K-ETA 도입 이후 출입국 심사에서 태국 국적자 사이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무더기로 추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이에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태국 내 한국 관광 취소 사례가 늘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K-ETA 시행 이후 연간 단체 방한 관광 취소 현황 사례'에 따르면 2023년 태국에서는 최소 91건의 단체, 9947명이 K-ETA로 인해 계획된 한국 여행을 단념했다.
이는 단순히 태국 시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방한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비자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 대만, 중국 등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태국 시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2019년 한-일 태국인 방문객 수 추이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2.3배 규모였으나, 2024년 3.48배로 한국을 크게 앞섰다.
이에 한국·태국 양국간 관광 교류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한 관광객 유치가 중요한 시점에 열린 정책을 펼치는 일본과 대만에 경쟁력을 뺏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무부와 지속적으로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에 해결은 힘들 것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태국여행을 앞둔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불안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주 친구와 3박 5일 방콕을 다녀온 직장인 A 씨(31)는 "일 년에 두세 번 갈 만큼 태국을 좋아했는데 이번엔 기분 탓인지 현지에서 바라보는 눈빛이 달랐다"며 "그랩(현지 택시) 기사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데 선뜻 말을 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치앙마이로 나 홀로 한 달 살기를 앞둔 B 씨(23)는 "현지분들이 순박하다고 알고 있지만, 괜한 걱정이 든다"며 "빨리 양국 간 관계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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