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보러 中 가고, BTS 보러 韓 온다"…'덕질'이 관광에 미치는 영향

[판다경제] 일본서 선보인 '판다 생일투어' 완판
지난해 10~12월 외래객, 방한 계기 1위 'K-콘텐츠' 꼽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관람객이 푸바오를 촬영하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푸바오 열풍은 다양한 소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판다와 관련한 굿즈를 사들이는 것은 물론 판다를 직접 보기 위해 새벽부터 대기하는 '오픈런'도 서슴없다.

그 영향은 관광 시장에도 뻗기 시작했다. 일단 바오 가족을 볼 수 있는 에버랜드는 입장객 수가 크게 뛰어올랐고 여행업계에선 앞다퉈 푸바오가 머물게 된 쓰촨성 판다 기지를 방문하는 '판다 여행'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22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으로 푸바오를 담고 있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4월 초 중국 송환을 앞두고 3월3일까지만 일반 관객에게 공개된다. 2024.2.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관람객들이 '오픈런'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3.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70세도 에버랜드로 이끈 푸바오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푸바오를 멀리서나마 '직접' 눈에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에버랜드로 몰렸다. 어린 시절, 소풍으로 또는 부모님 손잡고 방문하고 처음으로 10~20년 많게는 30년 만에 에버랜드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푸바오를 비롯한 바오 가족을 볼 수 있는 판다월드는 관람 시간과 인원을 제한하고 있고 현재 '현장 줄서기'로만 입장을 가능하기에 이른바 '오픈런' 경쟁도 치열했다.

방문객들의 나이는 다양했다. 지난 3일 에버랜드 장미원에서 열린 푸바오 작별 행사장을 찾은 팬들을 보면 어느 세대라고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나이대가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덕년 씨(70)는 "지난달 2일에 처음 에버랜드를 방문하고 이번에 두 번째로 에버랜드를 찾았다"며 "영상으로 내내 보다가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연차휴가 내고 자가용 몰고 대전에서 왔다"고 하기도 했다.

실제 에버랜드에 따르면 2021년 1월 푸바오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후 '마지막 출근'날인 지난달 3일까지 판다월드에 입장한 방문객 수만 550만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은 푸바오를 보러 에버랜드를 찾은 셈이다.

하나투어에서 판매하는 중국 판다 관련 패키지 여행 상품(하나투어 홈페이지 캡처)
일본 여행사 HIS에서 지난 2월27일에 출시해 완판을 기록한 '샹샹 생일투어' 패키지 상품(HIS 홈페이지 캡처)

◇ 일본에서 대박난 中 판다 투어

에버랜드가 주요 여행사와 협업해 푸바오와 재회하는 중국 패키지 여행 상품 기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여행사들은 별도로 '판다'를 내건 상품을 발 빠르게 판매 중이다.

하나투어는 다음 주부터 푸바오가 있는 '워룽 선수핑 기지'를 비롯해 △두장옌(도강언) 판다 기지 △청두 자이언트 판다 사육 센터를 방문하는 '중국 판다 여행 기획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일본에서 지난해 2월에 중국으로 보낸 판다 '샹샹'의 생일을 축하하는 '샹샹 생일 투어' 패키지 여행 상품은 출시하자마자 완판된 사례가 있다.

'샹샹'은 일본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2017년 6월 12월생에 태어나고 자란 암컷 자이언트 판다로 지난해 2월 21일에 중국에 반환된 이후 현재 쓰촨성 야안시 비펑샤 야생훈련기지에서 살고 있다.

샹샹은 일본에서 푸바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생후 6개월째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 이후 우에노 동물원의 마스코트 자리 잡았다.

HIS가 선보인 '샹샹 생일 투어'는 오는 6월 8일 출발하는 5박 6일 일정으로 중국 쓰촨성에 있는 샹샹을 직접 보는 것은 물론, 인기 판다 블로거와 함께 동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샹샹의 생일 전날인 11일 밤에 블로거 진행 하에 판다의 성장 기록을 보면서 축하의 시간을 갖는다. 가격은 178만원이다.

이밖에 HIS는 샹샹이 있는 판다 기지에서 일일 사육사 체험을 하는 패키지를 판매하며 큰 호응을 끌고 있다.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BTS 페스타 행사와 함께 이와 관련한 서울 주요 명소 13개를 묶은 '서울방탄투어'(서울관광재단 제공)

◇ 'K-덕질' 여행 나온다

푸바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전 세계에서 부는 K-팝 아이돌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것)과 닮아 있다.

즉, 한국에서 푸바오 역할을 하는 K-팝 아이돌이나, K-콘텐츠를 활용한 '덕질 여행'이 한국 관광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다.

20년 전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욘사마(배용준)를 외치며 많은 일본 팬들이 강원도 춘천을 찾았고 최근엔 방탄소년단(BTS)의 고향, 뮤직비디오 촬영지, 단골 음식점 등을 따라 각국의 팬들이 한국 방방곡곡을 여행한다.

실제 덕질 여행은 관광 시장의 크게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 국적 여행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4분기 외래 관광객 조사' 결과 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1위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1.9%)였다.

앞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선 BTS가 6만 5000명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 외국인 관객 비중이 절반일 경우 공연 1회 생산유발효과가 1조2206억 원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 관광국이 발표한 '2023년 블랙핑크 월드투어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베트남 공연 덕에 왕복 항공권과 숙박 수요가 증가했다. 당시 하노이를 방문한 관광객은 총 238만 명으로 이전해 같은 기간보다 21.4% 늘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K-콘텐츠를 넘어 K-스포츠, K-뷰티 등과 연계한 맞춤형 콘텐츠와 테마 상품을 발굴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내 프로리그 LCK 등 e-스포츠와 연계한 테마 상품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