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사장단회의·주요 일정 순연…재계 '비상계엄 충격파'(종합)

대기업들, 재무리스크 점검…HD현대·SK, 사장단 대책회의
상법 토론회 등 일정 줄줄이 취소…재택근무 전환 등 혼선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만에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된 가운데 4일 서울 광화문역에 비상계엄 관련 호외가 놓여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김민석 최동현 한재준 박주평 기자 = '비상계엄 쇼크' 여진이 경제계에도 번지면서 재계가 긴박한 아침을 보냈다. 기업들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주요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상당수 기업이 재택근무를 공지했지만 계엄선포 해제 후 번복하는 등 혼란도 있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자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거나 내부적으로 재무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긴급 사장단 소집…향후 경영 리스크 예의주시

HD현대(267250)는 이날 오전 권오갑 회장 주재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령 사태가 미칠 영향과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권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SK그룹도 이날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사장단·임원 대책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모든 사장단을 소집하는 대규모 회의는 아니지만, 환율을 포함한 시장 상황과 그룹 사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카카오(035720)도 정신아 대표를 포함해 CA협의체 경영진이 모여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005930)·LG그룹·현대자동차그룹 등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은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만큼 긴급 대책 마련보다는 평소보다 더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계엄 사태에 따른 파장으로) 외환시장 자체가 환율 등 변동 폭이 커지고 있어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또 물밑에선 해외 거래선들도 우려하지 않도록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일정 순연 잇따라…출근길 일부 혼란

이날 예정됐던 일정도 줄줄이 밀리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 정책 토론회는 취소됐다. 고려아연(010130)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000670)-MBK파트너스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간담회'도 잠정 연기됐다.

다만 일정상 순연이 불가피한 인사는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예고한 대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SK그룹도 5일 예정대로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계엄 사태는 출근길에도 영향을 줬다. LG(003550)는 이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넥슨, 카카오게임즈(293490), 크래프톤(259960) 등 게임사도 시차 출근제와 자율 재택근무 등을 시행했다.

일부 혼란도 있었다. 엔씨소프트(036570)와 넷마블(251270) 등은 재택근무를 검토하다가 정상 출근을 지시했다. 네이버(035420)는 원격 근무를 권고했다가 취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 재계는 비상계엄 후폭풍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스톱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 경영 행보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