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HBM 수출 막은 美…삼성·SK하이닉스 당장은 별문제 없지만

SK하이닉스, 대부분 미국 빅테크 공급…삼성도 中 비중 낮아
'HBM 수요 증가' 中 잠재고객 잃을 수도…"기존 공급선 중요성 커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 상무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발표함에 따라 전 세계 HBM 대부분을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받을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고객사 대부분은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중심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AI 수요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차세대 첨단 무기 시스템과 군사적으로 중요한 AI 및 첨단 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 노드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의 능력을 더욱 억제하기 위한 규칙 패키지를 발표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와 소프트웨어 도구 통제를 비롯해 HBM에 대한 새로운 통제가 포함됐다.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업체가 공급을 독과점하고 있어 이번 규제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미국 정부의 대중국 HBM 수출 규제를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해 왔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시작해 강화되는 추세다.

트럼프 1기 시절에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이 중국 기업들에 첨단 리소그래피(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그리는 기술) 기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등 개별 기업 위주로 규제를 시행했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4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 ‘HBM3E’가 전시돼 있다. 2024.1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포괄적인 규제에 나섰다. 첨단 반도체나 관련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라이선스 취득을 요구하고, 중국에 판매할 특정 반도체를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기 전에 미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과 5세대 HBM(HBM3E) 등 선단 제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등 대부분의 고객사가 미국 빅테크 기업이다. 내년도 HBM 물량도 예약이 완료됐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보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지만 3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의 AI 산업이 급속하게 커지고 그에 따른 HBM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HBM 수출 규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최근에야 2세대 HBM(HBM2)을 양산하는 등 국내 업체와 기술력 격차가 크다. 이에 당분간 HBM 수입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국내 업체들로서는 잠재 고객을 잃는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금도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비중이 가장 큰데, 그런 시장을 놓치는 건 미래의 손실"이라며 "국내 업체로서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고, 미국과 대만 등 기존 수요 발생 지역에 대해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