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을 기세' 트럼프 거친 입…반도체업계 "설마 싶다가도"

트럼프, 칩스법 비판하며 보조금 아닌 관세 부과 주장…'보편관세' 공약
보조금 약속받고 美 투자한 한국·대만 업체 '긴장'…"강경기조 그들도 부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마친 뒤 춤을 추고 있다. 2024.10.3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법'(칩스법)을 '나쁜 법'으로 규정하면서다.

3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지난 25일 팟캐스트에 출연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과 관련해 "칩스법과 관련한 거래는 너무 나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후보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길 원하면서, 제대로 돈을 내지 않는다"며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는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보조금으로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인했다면 트럼프 후보는 관세를 매겨 투자를 강제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겨 반도체 기업이 제 발로 들어와 공장을 짓게 하겠다"며 특히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대부분을 생산하는 대만 TSMC를 향해서는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다", "TSMC가 돈을 미국에서 쓰게 해야 한다"는 등의 날 선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후보가 칩스법을 겨냥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보조금을 약속받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400억 달러(약 55조 4000억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는 미 상무부로부터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 또한 4억 5000만 달러(약 6200억 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외에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또한 85억 달러, 66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따낸 상태다.

칩스법의 축소와 반도체 관세 도입이 현실화한다면 반도체 업계의 미국 투자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 확대'를 내걸고 있기도 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기존 정책이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만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데다 자국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론도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세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만큼 보편적 관세 도입이 현실화하려면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한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보편적 관세 도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세를 매기게 된다면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할 거고 절차도 까다롭다"며 "특히 관세 부과는 미국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반도체 제조에 대한 주도권은 대만과 한국에 있기 때문에 강경 기조로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대선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유권자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결과에 따른 출구 전략을 실행할 거다.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