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패권경쟁, 열쇠 쥔 한국? "HBM 부족으로 병목 현상"

이코노미스트 "HBM, 인공지능 병목 현상 원인될 수 있어"
"韓, AI 공급망 핵심으로…美, 대중 HBM 수출규제 압력"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AI 반도체와 최첨단 패키지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이날 부터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2024.10.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모델이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글로벌 기업 간 패권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국이 공급망 문제의 핵심 지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미국 마이크론뿐이고, 특히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4일(현지시간) "HBM이 인공지능 모델 개발의 병목 현상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이미 내년도 HBM 공급량 대부분을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두 회사 모두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며 "HBM 시장의 35%를 점유한 삼성전자는 생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 충분한 양의 HBM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산업 전방위적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AI의 확산이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모델의 막대한 연산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AI 가속기가 요구되고,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HBM은 고성능 D램을 여러 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메모리로, 고난도의 패키징 기술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줄곧 첨단 공정을 적용하면서 줄곧 시장 우위를 지켜왔다.

SK하이닉스는 최선단 제품인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도 지난달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4분기 중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HBM3E 12단 제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제품군인 '블랙웰'의 최상위 모델인 B300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인텔과 AMD, 애플 등도 경쟁적으로 AI 가속기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아레테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HBM 매출은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올해 180억 달러로 증가하고, 2026년까지 810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인 7조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SK 하이닉스는 HBM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HBM3 점유율은 90% 이상"이라고 했다.

또 아레테 리서치의 분석가 김남을 인용해 "SK하이닉스는 AI 붐이 일어나기 훨씬 전 HBM에 베팅했고, 이후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TSMC와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관계로 굳건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HBM 부족이 가시화하면서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HBM 수출을 제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이 향후 상위 버전의 HBM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