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 사기적 공개매수…국민연금 믿어"(종합)
박기덕 사장 기자회견…"영풍·MBK, 5.34% 주주 역선택 유인…법적 책임 묻겠다"
"우호세력·국민연금, 과거 주총서도 밀어줘" 기대…"재무악화? 신사업 문제없어"
- 최동현 기자,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010130)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공개매수가 시장 교란 행위를 통한 '유인된 역선택'을 동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과 기존 우호세력의 향배에 대해선 "믿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은 자신들의 공개매수(14일 종료)가 회사의 공개매수(23일 종료)보다 일찍 완료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유인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남용·악용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MBK-영풍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해 5.34%의 지분을 확보했다. MBK-영풍은 매수가를 주당 66만→75만→83만 원으로 두 차례 인상했는데, 고려아연-베인캐피탈도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최대 수량 20%)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공개매수 기간 연일 여론전을 폈고, MBK-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합리적인 주주라면 확정이익이 더 높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마땅한데, MBK-영풍이 소(訴) 제기를 통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고, 5.34%의 주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법원은 전날(21일) 영풍이 두 번째로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도 기각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은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무려 5.43%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돼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당 6만 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원천 무효를 구하는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법적 검토를 했거나 진행 중인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방법의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영풍에) 법적 책임을 명확히 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 사장은 MBK-영풍이 의결권 지분율에서 유리한 고점에 선 것은 맞지만, 충분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23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 격차는 1~3%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표면적으로 (MBK-영풍의) 5.34%의 적법성 내지 유효성 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분에 대해선 수치상 우위에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LG그룹·한화그룹 등 백기사(우호세력)가 주총에서 어느 쪽의 편을 들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지분율 7.83%)에 대해선 박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답변을 언급하면서 "저는 그걸 믿고 기다리겠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조(兆)단위 차입금을 조달했고, 회사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회사의 재무구조는 튼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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