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MBK, 사기적 공개매수…국민연금 믿어"(종합)

박기덕 사장 기자회견…"영풍·MBK, 5.34% 주주 역선택 유인…법적 책임 묻겠다"
"우호세력·국민연금, 과거 주총서도 밀어줘" 기대…"재무악화? 신사업 문제없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010130)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MBK파트너스와 영풍(000670)의 공개매수가 시장 교란 행위를 통한 '유인된 역선택'을 동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 표 대결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과 기존 우호세력의 향배에 대해선 "믿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은 자신들의 공개매수(14일 종료)가 회사의 공개매수(23일 종료)보다 일찍 완료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자신들의 공개매수로 유인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유포하며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남용·악용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MBK-영풍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해 5.34%의 지분을 확보했다. MBK-영풍은 매수가를 주당 66만→75만→83만 원으로 두 차례 인상했는데, 고려아연-베인캐피탈도 주당 89만 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최대 수량 20%)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공개매수 기간 연일 여론전을 폈고, MBK-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합리적인 주주라면 확정이익이 더 높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마땅한데, MBK-영풍이 소(訴) 제기를 통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고, 5.34%의 주주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법원은 전날(21일) 영풍이 두 번째로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도 기각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은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무려 5.43%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돼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당 6만 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원천 무효를 구하는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법적 검토를 했거나 진행 중인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방법의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영풍에) 법적 책임을 명확히 물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박 사장은 MBK-영풍이 의결권 지분율에서 유리한 고점에 선 것은 맞지만, 충분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23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 격차는 1~3% 수준이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표면적으로 (MBK-영풍의) 5.34%의 적법성 내지 유효성 하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분에 대해선 수치상 우위에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LG그룹·한화그룹 등 백기사(우호세력)가 주총에서 어느 쪽의 편을 들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지분율 7.83%)에 대해선 박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한 답변을 언급하면서 "저는 그걸 믿고 기다리겠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조(兆)단위 차입금을 조달했고, 회사 재무 건전성이 악화해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회사의 재무구조는 튼튼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