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보다 비싸게, 몽땅 사겠다"…최윤범, 가격·수량으로 '빅딜'(종합4보)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3만→3.5만 상향…최대 수량도 25%→35%
"자사주도 더 비싸게 더 많이 산다"…청약 불확실성·세금 문제 '정면돌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11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정밀(036560) 대항공개매수의 가격과 최대 수량을 모두 상향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더 비싼 값에 100% 청약 확률로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 약점인 공개매수 기간과 세금 문제를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 일가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 가격 인상과 최대 매수예정 확대를 담은 공개매수 정정 신고서를 잇달아 공시했다. 11일은 고려아연과 제리코파트너스가 열흘 연장 없이 매수가를 높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 원에서 3만 5000원으로 16.6% 인상하고, 최대 매수예정 수량을 기존 393만 7500주(25%)에서 551만 2500주(35%)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총액은 기존 1181억 원에서 1929억 원으로 748억 원 늘어났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7.23% 높이고, 최대 수량은 17.5%로 기존보다 2%포인트(p) 늘렸다. 공동매수자인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매수량(2.5%)을 합치면 최대 매수예정 수량은 20%(414만657주)로 사실상 유통 주식 물량 전체가 매수 대상이다.

재계는 최윤범 회장이 '가격'과 '수량'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필승 카드를 꺼냈다고 본다. MBK-영풍 측(영풍정밀 3만 원·고려아연 83만 원)보다 훨씬 높은 매수가를 제시하는 동시에, 최대 매수 수량을 유통주식 전체로 잡아 '실패 없는 청약'을 담보, 주주의 마음을 확실히 잡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공시 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함으로써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의 고심이 담긴 결과"라며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혼란과 언론 및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 측의 공개매수 가격·수량 확대 결정이 회사의 재무 부실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대규모 차입 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하던 소송 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