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영풍과 협력 용의…자사주 공개매수 참여하라" 역제안(종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후 첫 공개회견…"MBK, 경영권 장악 땐 中에 매각할 수도"
"장형진 고문과 오해 풀고파…영풍, 공개매수 참여 땐 경영정상화 재원 마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2일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최 회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를 향해서는 '중국 매각설'을 부각하며 적대감을 보이면서도, 75년 동업관계였던 영풍에는 '협력적 관계 재건'을 언급하며 손길을 내밀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검은색 정장에 짙은 남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최 회장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회견을 이어갔다.

모두 발언에 앞서 90도 인사를 한 최윤범 회장은 "이유를 불문하고 고려아연이 지금과 같은 혼란과 분쟁의 한가운데 처하게 돼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및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깊은 사괴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및 시세조종 소지가 있다는 영풍-MBK의 주장에 대해선 "잘못된 주장"이라며 "법원은 이미 MBK와 영풍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2조6635억 원을 투입해 주당 83만 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15.5%(320만 9009주)를 공개매수한다. MBK-영풍의 공개매수가(75만 원)보다 10.6% 높은 가격이다. 공동매수자로 참여하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몫까지 합친 총공개매수 대상 지분은 18%, 금액은 3조1000억 원 규모다.

최 회장은 특히 MBK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했다. 영풍과 MBK가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다시 신청한 것에 대해선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이어 "MBK와 영풍의 가처분 재신청은 오늘 아침(2일 오전) 판결(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의 재탕이라고 밖에 보지 않는다"며 "10월 4일부터 시작하는 3조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나"라고 부연했다.

반면 영풍과 장형진 고문을 향해서는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75년 동업을 청산하고 고려아연과 영풍이 '끝장 대결'을 펴는 상황에서,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이다. 영풍과 MBK를 분리 대응해 균열을 낸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준비가 됐다. 언제든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장형진 고문과 그간 오해를 해소하고,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사항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허심탄회하게,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풍이 적법한 경영 판단을 통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풍 측에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을 넘길 것을 제안한 것이다.

최 회장은 "수조 원 가치의 재산을 처분한 영풍과 장형진 고문, 그리고 석연치 않은 방법으로 (영풍 지분을) 넘겨받은 MBK는 그들의 행위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인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며 "저희는 이 위기를 반드시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