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75만원 받아친 고려아연 83만원…'쩐의 전쟁' 클라이맥스

최윤범 회장, 법원 결정 힘입어 2.7조 들여 자사주 취득 나서…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도 병행
영풍 "자사주 취득은 배임" 재차 가처분신청…MBK 공개매수가격 추가인상 주목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회심의 승부수'를 던지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막으려던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졌고,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영풍·MBK 측은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다.

고려아연(010130)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및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에 대한 안건을 결의했다. 고려아연은 4일부터 23일까지 2조6635억 원을 투입해 주당 83만 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15.5%(320만 9009주)를 공개매수한다. MBK-영풍의 공개매수가(75만 원)보다 10.6% 높은 가격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라고 볼 수 없고,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을 법령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도 적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MBK-영풍보다 높은 가격으로 MBK-영풍 공개매수 자체를 무산시킨다는 계산이다. 사모사채 1조 원과 금융기관 차입금 차입약정한도 금액 1조 7000억 원을 더해 조달한 단기차입금 2조 7000억 원으로 최소 경영권 방어선(6.05%) 이상의 주식을 매집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인 영풍정밀(036560)에 대한 대항공개매수도 이날 개시했다.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를 통해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주당 3만 원에 영풍정밀 주식 393만7500주(25%)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MBK-영풍의 공개매수가(2만5000원)보다 20% 높은 가격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통한다. 영풍정밀을 갖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고려아연 의결권 3.7%의 우위에 서게 된다.

현재 영풍정밀 지분은 최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가 35.31%,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 21.25%씩 들고 있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보다 매력적인 가격으로 추가 우호지분을 25% 확보, 지분율을 최대 60.3%로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을 취재하는 취재진의 모습. 2024.10.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최윤범 회장은 내친 김에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공개 석상에 나선다. 그는 지난달 임직원에 보내는 서한을 통해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을 확신하고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과 다양한 방어 전략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BK·영풍이 경영권 확보에 나선 명분으로 제시했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관여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인 이그니오 고가 매수 등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 전망이라 시장의 눈길이 쏠리는 분위기다.

MBK와 영풍은 이날 재차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자사주 취득이 위법하다'는 주장이 기각되자, 이와 별개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다시 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것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에 해당하니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다. 다만 앞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비슷한 주장들이 맞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본게임인 공개매수 경쟁에서 MBK 측이 자금을 더 쏟아부어 공개매수 가격을 한 번 더 상향할지 주목된다. 현재 가격 경쟁 구도라면 주주들로서는 MBK의 공개매수(75만원)에 응하지 않고 4일 시작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83만원)에 응해 주식을 넘기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다만 MBK로서는 이미 한 차례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면서 추가 자금부담이 발생한 만큼 다시 수천억 원을 더 쏟아부을 경우 향후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