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손 들어준 법원…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나선다

법원, 영풍측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고려아연, 이사회 열고 공개매수 논의
이르면 4일 대항공개매수 개시…MBK보다 높은 가격 제시해 경영권 방어 가능성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법원이 2일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010130)의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는 MBK파트너스-영풍(000670)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이 반격에 나설 활로가 열렸다. 고려아연은 이르면 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는 이날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결정문을 당사자들에 송달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이사회를 열었는데, 법원 결정 소식을 전달받고 경영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최 회장 측이 자신들의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의 특별관계인인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서는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법원이 최윤범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려아연이 회사의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집할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0만~85만 원으로,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주당 75만 원)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신고 등 사전 절차를 고려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선언은 이르면 4일 나올 수 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기간 중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대응하는 것으로, 영풍정밀에 이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두 번째 대항공개매수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영풍-MBK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킨다는 전략을 짰다. 공개매수는 공고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20일 이상 기간을 설정해야 하는데, 영풍-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는 시그널을 던진 것이다. 시장이 반응할 경우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최소 수량(6.98%)에 미달,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자사주 공개매수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순현금 8000억 원에 기업어음(CP) 발생으로 조달한 4000억 원, 금융권 차입 등을 합쳐 2조 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 중이다. 주당 80만 원에 매집하더라도 최소 경영권 방어선(6.05%)을 사들일 수 있어서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