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구하기 확산"…최윤범 회장의 '믿을 구석' 세 가지
日 날아간 최윤범, 소프트뱅크와도 접촉…'트로이카' 신사업 동맹기업들 나설 수도
최 회장, 폭넓은 재계 인맥 주목…호주 정부·국내 정치권 응원에 여론전도 우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최윤범 회장이 집어든 '히든카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들고 공개매수에 나선 만큼 일단 자본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최윤범 회장도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고리로 구축한 사업 파트너 전선과 넓은 재계 인맥을 총동원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치권과 국제사회도 '고려아연 구하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선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갈등 씨앗 된 '트로이카 드라이브', 우군 확보 네트워크로
최윤범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우군 확보'이다. MBK-영풍 연합에 비해 고려아연 지분율(최씨 일가 15.65%, 영풍 33.13%)과 자본력에서 모두 밀리는 최 회장 입장에선 공개매수 기간 지분 매입과 의결권에서 힘을 실어줄 동맹을 찾는 게 급선무여서다.
재계는 최 회장이 추진해 온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히든카드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사업 영역을 제련업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으로 넓히면서 협력 관계를 맺은 국내외 파트너들이 직·간접적 원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세계적 투자회사 소프트뱅크도 그 중 하나다. 고려아연은 2년 전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스위스 에너지 저장시스템 기업 에너지볼트에 6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 이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네트워크다.
최 회장의 '백기사'(우호지분)로 분류되는 현대자동차·LG화학·한화 역시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을 고리로 맺은 협력 관계다. 최 회장은 이들 지분을 합해 영풍과 대등한 지분율을 확보한 상태였다. 이들이 이번에 최 회장의 대항공개매수(지분 매입)에 추가로 동참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안정적 협력관계 지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전향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추석 연휴(17일) 일본 도쿄에서 제련·에너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 아시아 헤드쿼터(본부) 등 사업 파트너들을 두루 접촉한 것으로 안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추진하며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매우 두텁다"고 말했다.
◇'황금 인맥' 동원하는 최윤범…정치권도 "고려아연 구하자"
최윤범 회장의 '재계 황금 인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를 나와 애머스트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뉴욕 유학파다. 뉴욕주 변호사로도 활동했는데, 미국 거주 시절 재계 오너 2·3세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 사이로 학창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 최 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운데, 선대인 고(故) 구본무 회장과 최창걸 명예회장 시절부터 이어졌다고 한다. 최 회장을 공개 지지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조현범 회장도 최 회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와 호주 정부에 이어 정치권도 고려아연을 응원하고 나서면서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이 '기업사냥꾼의 단기이익 창출 시도'로 프레임이 굳어진다면 국민연금 등 일부 대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는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고려아연 제련소 소재지인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핵심기술 유출과 국가기간산업·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에 MBK의 공개매수를 "공격적 투자"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MBK의 경영권 쟁탈을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는 자본시장의 통상적인 장면이지만 해외 정부와 지역사회, 정치권까지 가세해 우려를 표명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경우"라며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면 기관 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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