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밑지고는 못판다" 철근값 또 올린 철강사들…감산도 연장
중간 유통사 판매가격, 지난달 이어 이달 3만원 인상해 톤당 82만원
감산조치 연장으로 재고 축소 효과 "그래도 아직 원가 이하"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강업계가 두 달 연속 중간 유통사에 판매하는 철근 가격을 인상했다. 아직 원가 이하로 형성된 가격을 고려해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 조치도 연장하기로 했다. 팔아도 이익을 얻기 어려운 비합리적 구조에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초강수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460860)은 이달 중간 유통사에 판매하는 철근 가격을 톤당 3만 원 올려 82만 원으로 책정했다. 지난달 3만 원에 이은 추가 인상이다.
철근 시세는 지난해 톤당 90만 원에서 올해 70만 원대로 미끄러졌다.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값싼 중국산의 유입도 시세에 영향을 줬다. 특히 현금 유동성에 취약한 중간 유통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재고 떨이'에 나서자 하락 폭을 키웠다.
최근 가격 인상 결정은 재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 재고는 올해 1월 67만 3000톤에서 6월 55만 7000톤으로 17.2% 감소했다. 철강사가 인위적인 감산으로 재고 줄이기에 집중한 결과다.
업계 1위 현대제철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인천 철근 전기로에 대한 특별 보수에 돌입했다. 동국제강도 생산량과 원가 절감을 위해 인천 전기로 공장을 야간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기준 철근 총생산량은 408만 2000톤으로 지난해 동기(502만 톤) 대비 18.6% 줄었다.
문제는 여전히 철근 판매 가격이 원가인 약 90만 원을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97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4650억 원) 대비 78.9% 줄었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81% 감소한 404억 원이다.
철강사들은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사업장별로 보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동국제강도 야간작업을 당분간 이어갈 계획이다. 건설 경기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선 유통사의 가격 인상 수용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저렴한 중국산으로 눈을 돌릴 수 있어서다. 국내 철강사의 철근 판매량이 급감하면 가격 전략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회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자체적인 생산량 조절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철근 가격이 원가 이상으로 형성되기 전까지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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