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해리스 "US스틸 日인수 반대"…표정 관리하는 K철강
해리스 "US스틸, 美기업으로 남아야"…트럼프도 "US스틸 저지할 것"
9부능선 넘은 인수전 '변수' 될수도…무산시 미국 전기차 시장서 국내 철강 유리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미국 대표 철강회사 US스틸의 일본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절차가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미국 유력 대선 후보들의 매각 반대 의사가 '중대 변수'로 돌출한 셈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고차함수로 변한 US스틸 인수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철강 도시'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나선 공동 유세에서 "US스틸은 역사적인 미국 기업"이라며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유세에서 "우리가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는 것은 끔찍한 이야기"라며 "즉각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경쟁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US스틸의 일본제철 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현재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 철강 산업 보호에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은 시점에 두 유력 후보의 일치된 입장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강량 세계 4위인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9조 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US스틸 주주들의 승인에 이어 5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일본제철의 단독 인수를 승인하면서 미국 정부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일본제철은 조강량 기준 세계 3위의 철강사로 올라선다. 특히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발판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1년에 124만 톤만 무관세로 수출하고, 초과분은 25% 관세를 내야 하는데 US스틸 생산 설비를 활용해 관세를 피하면서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국 철강의 연간 대미(對美) 수출량은 애초에 무관세 쿼터(할당)분인 263만 톤에 근접하거나 소폭 적어서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국내 철강 물량은 259만1958톤이었다.
다만 물밑에선 US스틸의 일본 매각이 무산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 강재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현지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모터에 필수로 들어가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두고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선거용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을 뿐, US스틸의 일본 매각은 사실상 성사됐다고 보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면 결국 일본제철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US스틸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직원, 주주, 지역 사회 및 고객을 위한 최선의 거래인 신일본제철과의 거래에 전념하고 있다"며 "일본제철과의 파트너십은 미국 철강 산업, 일자리,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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