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자산 105조 초대형 에너지기업(종합)
SK이노베이션 임시주총…국민연금 반대에도 85.7% 찬성
"포트폴리오 결합으로 새로운 성장…주식매수청구권 충분히 감당"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이 SK E&S와 합병해 자산 105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으로 재탄생한다. SK그룹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 '통합 SK이노베이션' 11월 공식 출범
SK이노베이션은 27일 오전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1호 의안인 '합병계약 체결 승인의 건'이 찬성률 85.75%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2대주주(6.2%)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SK E&S(비상장)도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계약을 승인했다.
지난 7월 양사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지속되는 적자로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SK E&S를 활용한다면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공식 출범한다. 자산은 아시아·태평양 에너지기업 중 최대인 약 105조 원이다. 앞으로 석유·액화천연가스(LNG)와 태양광·수소·풍력·소형모듈원전(SMR)까지 현재·미래 에너지를 아우르는 사업 영역을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CIC(사내독립기업) 체제를 택했다. SK E&S를 이끌었던 추형욱 사장은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미래 에너지 사업 방향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합병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시너지 찾기에 돌입한다. 빠르게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오는 11월까지 시너지 구체화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합병 효과로 추정한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조 2000억 원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SK E&S의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더하면 안정적인 주가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합병은 포트폴리오의 간극을 좁히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부 주주들 주가 하락에 불만…SK "합병 통해 중장기적 상승 이룰 것"
이날 몇몇 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 26일 종가는 10만 6500원이다. 지난 2021년 32만 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세다. 현장에선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박 사장은 "기존의 석유화학 사업에서 배터리 등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캐즘 현상이 나타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주가가 기대하거나 SK이노베이션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대해서 죄송하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서 기대하는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주는 이번 합병의 계기가 된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 예상 시점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시장 수요 회복이 조금 더디더라도 원가 절감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그런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체고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사장은 "자사주 매입은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에 재무 상황과 여러 환경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정부의 상장사 밸류업 정책에 맞춰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겠다"고 전했다.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주총회 당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11만 1943원)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도하게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8000억 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박 사장은 합병 취지에 공감하는 주주 비율이 높은 만큼 설정한 금액 이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쏟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 현금은 약 1조 4000억 원 이상"이라며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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