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항우연 '차세대발사체' 휴전…우주로 가는 길에 등장한 숙제들

지재권 갈등에 계약분쟁조정위 '각하'…우주청·한화에어로 "사업 정상화 노력"
업계 "민간업체 파트너로 인정해야"…지재권 공동소유시 '재입찰' 목소리도

'한국판 나사(NASA)'인 우주항공청이 개청한 27일 경남 창원 의창구 경남도청 정문에 설치된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 모형 위 하늘에 해무리가 떠 있다. 해무리는 대기 중 수증기가 굴절돼 태양 주변으로 둥근 원 모양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4.5.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윤주영 기자 =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의 '지식재산권'을 두고 일어났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간 갈등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가 한화에어로가 제기한 이의신청을 '각하'하면서다. 정부와 민간 기업의 이번 갈등을 두고 업계에서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나아가는 성장통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 한화-항우연 '지재권' 갈등…국가계약분쟁조정위 '각하' 후 일단 멈춰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의 이의 신청을 각하했다. 계약상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 혹은 법적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항우연과 함께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재권을 두고 한화에어로는 공동 개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공동 소유를, 항우연은 타 우주기업 기술 이전을 이유로 '단독 소유'를 각각 주장했다.

분쟁조정위 결정 이후 항우연 상급 기관인 우주항공청은 사업의 정상적 추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 역시 소송 등 법적 대응이 아닌 우주청과 함께 논의에 적극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에어로와 항우연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법적 다툼 시 항우연에 다소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3월 공고에 따르면 지식재산권은 '공동소유'하는 것으로 표기됐지만, 계약목적물의 특수성이 있다면 의뢰 주체인 국가 등이 단독 소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앞선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은 총조립을 담당했는데 당시 지재권을 항우연이 단독으로 소유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 맞아 민-관 관계 재정립 필요 목소리

이번 일을 계기로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는 민-관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우주 정책을 국가기관 중심의 기술 확보에서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우주기업 육성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민간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뉴 스페이스의 기본적 개념은 민간 업체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을 하청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선진국에서도 발사체 개발 주도권은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20~30년 동안 발사체의 설계나 제조를 전부 민간에 조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민간 기업으로 이전하면서 기업의 기술 소유권도 인정하고 있다. 200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비독점적이며 로열티가 없는 라이선스를 부여받는다"고 돼 있다.

민간 기업의 효율성도 주목된다. 실제 스페이스X의 팰컨9 개발에 약 6000억 원이 소요됐는데, NASA가 동급 로켓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면 이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스페이스X가 최근 1년간 9개의 스타십과 8개의 부스터 제작에 성공한 점을 들며 "NASA가 했으면 5년은 걸렸을 일을 (민간기업이) 엄청난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재권 핵심은 기술료…'사업성' 보장돼야 민간 참여 늘어

지재권 소유권 갈등의 핵심은 '경제성'이란 분석도 있다. 기업이 지재권을 가질 경우 향후 기술료를 지급하지 않고 우주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총수익의 20% 정도를 기술료로 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자신들이 참여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추가로 기술료를 내면 사업성이 낮아진다. KAI가 이번 사업 막판에 참여를 포기한 이유도 기술료 등으로 인한 경제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 입장에선 기술료까지 지급하면 남는 수익이 거의 없을 수 있다"며 "경제성이 낮으면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화에어로의 지재권 공동 소유를 인정할 경우 항우연이 우려하는 기술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부가 공동 소유를 인정할 경우 입찰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재권의 공동 소유가 가능하다면 이는 큰 조건이 변경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에어로는 이와 관련해 "지재권 공동소유 시 연구 성과를 타 기업으로 전파하는 데에는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