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배터리 구하기' 대수술…캐시카우 계열사 붙여 '재무개선'

SK온, 누적적자 수조원·올해 흑자전환 불투명
알짜 계열사 활용해 재무건정성·투자여력 확보

SK그룹 본사 빌딩. 2021.3.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SK그룹이 누적 적자 수조 원에 달하는 배터리 사업을 구하기 위해 리밸런싱(구조조정) 승부수를 띄웠다. 자산 100조 원의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업을 출범하고 자회사 SK온의 자금 지원 여력을 키우겠다는 결단이다. SK온의 자체적인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이종 자회사 간 합병 카드까지 꺼냈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간 합병을 의결했다. 앞으로 '합병 SK이노베이션'은 자산은 100조 원, 매출 90조 원이란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한다.

이번 결단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의 배터리 사업에서 촉발됐다. SK그룹은 그동안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20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제는 흑자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SK온의 최근 10개 분기 누적 손실은 2조 2962억 원에 달한다.

재무상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SK온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 9046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5조 5917억 원으로 약 5배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66.4%에서 188.2%로 높아졌다.

SK온이 적자에 허덕이는 동안 자금 지원 역할을 맡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부담도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8조 5744억 원이다. 지난 2021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이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말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게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역할을 맡겼다. 최 의장은 반년 넘는 기간 동안 배터리 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계열사 감축, 사업·투자 우선순위 설정 등 리밸런싱 작업에 몰두했다.

결국 '캐시카우' SK E&S와 합병 카드를 택했다. SK E&S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조1700억 원, 영업이익 1조 3320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 합병은 재무구조 개선뿐 아니라 투자 재원 마련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아울러 SK그룹은 SK온의 내부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3사간 합병을 결의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의 원유·석유제품 전문트레이딩 기업이다. SK엔텀은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을 활용해 유류화물의 저장과 입·출하 관리 사업을 맡고 있다.

그중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 E&S와 마찬가지로 알짜 회사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 9630억 원, 5746억 원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은 '합병 SK온'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터리 사업의 흑자전환이 당장 어렵다는 점도 대대적인 리밸런싱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 국가의 보조금 폐지 정책으로 수요 부진에 빠졌다.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은 3315억 원에 달했고, 올해 흑자전환 역시 불투명하다.

SK온은 그룹의 계열사 재편과 별개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모든 C레벨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올해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