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델타항공 "현재 지속가능유, 일주일치도 안돼"[SAF시대②]

델타항공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 서면 인터뷰
"항공업 탈탄소화, 경쟁 아닌 업계 공동의 노력…정부 인센티브도 필요"

편집자주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은 항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연합이 역내 공항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인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일정 비율 섞어쓰도록 의무화하고, 이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미국 등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SAF 시대를 맞이하는 해외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항공업계 및 정부 대응을 4차례로 나눠 점검해본다.

아멜리아 델루카 델타항공 CSO(델타항공 제공)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는 항공의 탈탄소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현재는 전 세계의 수요를 일주일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공급이 여의치 않습니다."

11일 델타항공의 탈탄소화 전략을 주도하는 아멜리아 델루카 '최고 지속가능경영 책임자'(CSO)는 <뉴스1>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델타항공이 2021년 항공업계 최초로 선보인 CSO의 S는 기존의 Strategy(전략)나 Security(안전)가 아닌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뜻한다. 델타항공은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높은 수준의 협업체제인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은 연료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1000대에 이르는 항공기로 6개 대륙을 잇는 세계 최대 항공사 델타항공은 SAF의 '큰손'이 될 전망이다. 친환경 대체연료인 SAF는 부족한 공급량으로 기존 항공유에 비해 4배 이상 비싸게 공급된다.

이로 인해 승객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는 "기존 제트연료에 비해 SAF의 비용이 여전히 매우 높다"며 "업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SAF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지만, 일반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다"고 했다.

채찍을 든 EU와 달리 미국은 당근을 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 및 판매되는 SAF 1갤런(약 3.8L)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2050년에는 연간 생산량을 350억 갤런으로 늘려 자국 항공사 수요를 100% 충족하겠다는 계획이다.

델루카 CSO는 "신흥 기술인 SAF는 높은 초기 비용을 극복해야 하며, 한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간 협업과, 농산물과 같은 새로운 연료 공급원이 필요하다"며 "정부 인센티브는 SAF 생산을 확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 중 미국의 인센티브 기반 정책이 그 힘을 보여주는 선도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SAF를 위해서는 정부의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항공사도 SAF 생태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아멜리아 CSO의 설명이다. EU가 제시한 2030년 의무 혼합비율은 6%지만, 델타항공은 2030년까지 자체적으로 이 비율을 10%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델타항공 유튜브 캡처

이를 위해 델타항공은 2025년부터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MSP) 국제공항에 저렴한 SAF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 기술 제공 업체 에코랩 △전기 및 천연가스 기업 엑셀 에너지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미네소타 SAF 허브'를 설립했다.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델루카 CSO는 "델타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SAF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안전하지 않은 것은 절대 항공기에 실을 일이 없다. SAF는 엄격한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안전한 '드롭인' 솔루션이다"고 말했다.

다만 선두주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 등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아직 국내에서 SAF에 대한 유의미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델타항공을 비롯해 대형 항공사들이 SAF 확장 및 인프라 개발에 노력한다면 규모가 작은 항공사들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공업에서 SAF 확장과 탈탄소화가 어렵지만, 이는 경쟁이 아닌 업계 공동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