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시간 비행, 우리의 자부심"…아시아나가 점보를 사랑한 이유
국내 최후의 B747-400, 인천~타이베이 끝으로 25년 9개월만에 은퇴
사회 초년생부터 전성기, 은퇴까지 함께…작별인사 전한 아시아나 사람들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정비사로서 항상 자부심을 갖고 정비를 할 수 있게 해줬고, 마지막 비행까지 안전하게 마무리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에서 B747-400의 정비를 담당하는 황현규 기술사는 HL7428(등록번호)을 타고 가족과 첫 해외여행을 대만으로 갔었다. 황 기술사는 그 HL7428이 마지막 비행을 다녀오도록 정비를 맡았다.
25일 오후 4시 26분. 1만8139번째 비행을 마친 국내 마지막 B747-400이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운항거리로는 약 8800만㎞, 지구 2500바퀴를 돈 셈이다.
오후 4시 36분에 탑승게이트와 연결해 승객들을 내리며 아시아나항공에서 공식 여정을 마쳤다. 1999년 6월 22일 김포~뉴욕에서 첫 승객을 태운 이후 9만6986시간만이다.
'점보', '하늘의 여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B747은 과거 1969년 1호기 B747-100이 초도비행을 마친 이후 2022년 마지막 세대인 B747-8i가 단종되기까지 53년간 세계 항공업의 발전에 기여한 항공기로 평가받는다.
대형기가 다양하지 않았던 1990년대만 해도 B747은 곧 장거리 여행을 뜻했다. 1988년 설립해 국내선을 운항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로스앤젤레스(LA)에 처음으로 장거리 국제선을 띄웠던 1991년 11월에도 B747이 있었다.
25년 9개월의 세월만큼 수많은 추억을 싣고 날랐다. 김경수 선임사무장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입된 이 기종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LA에 가는 노선에 투입됐었다"며 "어느 날은 50여명만 태우고 가는 날도 있어 손님을 한분한분 찾아서 식사를 드렸고, 또 어느 날은 손님을 태워도 태워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날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HL7428의 입사 동기이자 객실 승무원으로서 마지막 비행을 책임진 김 사무장은 "최신 기종이 등장하며 주요 노선에서는 밀려났지만 노익장을 발휘하며 오늘까지 굳건히 우리 곁을 지켜 주었다"며 "그 마지막 비행에 동행할 수 있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코드원' 임무를 가장 많이 수행한 기록도 남겼다. 황 기술사의 말대로 B747은 아시아나항공의 전성기이자 자부심인 셈이다.
착륙을 마친 김재호 수석기장도 "비행을 사랑하고 꿈꿔왔던 사람들이 좋아했던 비행기라 하면 단연코 점보가 아닐까 싶다"며 "점보는 1994년 입사 후 미국 비행학교에 가기 위해 탑승했던 기종이자 태어나 처음 타본 항공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오후 1시 18분에 출발해 인천을 향한 OZ712편은 한 달 전부터 398석이 가득 찼다. 타오위안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은 소방차 2대가 물대포를 항공기 위로 쏘아 올리는 '워터 설루트'로 마지막을 기념했다. 타오위안공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했다.
아시아나항공 정비사들도 B747에 왕관을 씌운 플래카드를 제작해 승객에게 흔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탑승객에게 나눈 기념품에는 처음 모습 그대로 회색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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