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삼킨 하림…'해운 공룡' 위협하는 '승자의 저주'[해운결산]
최대 국적선사 HMM 매각, 진통 끝에 하림 품에…노조 반대 계속
해운불황 '긴 터널' 이겨낼 체력 미지수…HMM, 하림 저금통 전락 우려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올해 해운업계는 국내 최대 선사인 HMM(011200)의 매각전을 중심으로 국가기간산업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진통 끝에 하림그룹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028670)에 이어 국내 1위이자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까지 품으며 '해운 공룡'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얻게 됐다.
다만 막대한 외부자금을 들여 HMM을 인수하는 하림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해운 불황을 뚫고 성공적으로 HMM을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HMM 내부에서는 반발이 본격화한 만큼 하림이 갈등을 봉합하고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7년만에 매물 나온 국내 1위 HMM…시작부터 '국부유출 안돼' 잡음
지난 7월 HMM의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주식 매각공고를 내고 HMM 민영화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6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 7년 만이다. 예비입찰 단계에는 국내 하림·동원·LX그룹과 세계 5위 선사인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참여했다. 자의와 상관없이 인수후보로 언급됐던 현대차·포스코 등 대기업은 참가하지 않았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를 두고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다. 해양업계는 HMM이 해외 매각될 경우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이 해외로 유출된다며 반발했고 국내 소액주주들은 자금력이 뛰어난 하파크로이트를 본입찰에서 배제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맞섰다.
진통 끝에 매각 측은 입찰적격후보로 국내기업인 하림·동원·LX그룹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을 보는 업계의 시각도 곱지 않았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그룹이 HMM을 인수하게 되면 결국 10조원에 달하는 HMM의 현금성 자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인수후보에 중견그룹 3사…유찰 가능성에도 하림·동원 입찰
우려와 반발 속에서도 인수 후보자인 동원, 하림, LX그룹은 10월 한달간 실사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 측의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화되며 6조원에 달하는 HMM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힘을 얻었다.
특히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이 HMM 매각을 두고 "적합한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도 당연하다"고 발언하며 유찰 가능성에 제기됐다. 중견그룹 3사를 새우, HMM을 고래에 빗대어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11월에 본입찰이 진행되자 LX그룹은 백기를 들었고 하림그룹·JKL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이 남았다. 동원그룹은 유상증자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중심으로 우호세력인 호반그룹까지 끌어들이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하림이 매각 측인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에 대해 3년간 전환 유예를 요청한 것이 밝혀지며 또 한번 논란이 일었다. 매각 측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 약 32%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돼 HMM 이사회에 참여해 인수 측을 견제할 수 있지만 유예할 경우 인수 측의 지분율이 유지돼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최종 승자에 '하림'…해운불황·노조반대 속 상반기 매각 마무리
하림이 제안을 철회하며 한달 가까이 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급물살을 탔다. 업계에서는 하림만 매각 측이 제시한 예정가격보다 높은 6조4000억원을 적어내 사실상 단독 후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HMM은 내년 상반기쯤 하림을 새주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다만 본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닌 만큼 내년에도 매각 절차는 지켜봐야 한다. 하림의 자금마련 방식에 여전히 의구심이 존재하고 동원이 예가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차순위 협상대상자가 없어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사례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은이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지만 이후 HDC현산이 산은에 인수 조건 재검토를 요구한 끝에 매각이 무산됐다.
현재로서는 내년부터 심화될 해운불황과 노조의 반대 움직임이 매각 작업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부터 세계 2위인 덴마크 머스크가 적자로 돌아섰고 HMM보다 몸집이 작은 10위 이스라엘 짐라인, 11위 대만 완하이는 2분기부터 적자전환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1월 손익분기점으로 꼽히는 1000선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예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홍해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운항을 중단하자 1200선까지 급등했지만 정상화가 된다면 다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 사이클을 타는 해운업의 특성상 한번 불황에 빠지면 장기간 이어진다.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도 진행 중인 선박 휴식 및 안전 확보가 안될 시 출항을 거부하고 준법 투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하림의 HMM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도 불사한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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