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남의 물건만"…로봇·배터리·철스크랩 뛰어드는 상사들

신사업 진출 및 자금조달 위해 정관 변경 잇따라…현대코퍼, '로보틱스 제조·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
LX인터, 발행가능 주식수 2배 확대…포스코인터, '건설기계대여업' 추가

경기 평택시 소재 포승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 전경(LX인터내셔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상사업계가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신사업 진출과 자금수혈에 나선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필요한 활동을 주주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얻기 위한 수순이다. 지난해 최대 호황을 이끈 트레이딩(중개무역) 구조에서 탈피하고 안정적인 실적 창구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 미래사업 진출 위해 '로봇' 점찍어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사업 목적에 '산업·물류용 등 로보틱스 제조·판매 및 관련 부품사업'을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은 평소 AI(인공지능)·빅데이터·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하기 쉽지 않은 만큼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확보한 두둑한 현금은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2022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69억원으로 전년(1950억원) 대비 약 150% 늘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내장제품 기업과 50대 50 합작법인을 세우고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후 현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계획이다. 또한 호주 현지에서 법인 설립 후 지게차 유통을 시작했고 렌탈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최대 연간 순이익을 기록하며 현금성자산을 늘렸다"며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하이퍼루프 선도 기업인 네덜란드의 HARDT Hyperloop(이하 HARDT)와 하이퍼루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 체결식(왼쪽부터 Tim Houter HARDT 공동 창업자 , 주시보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Bertrand Van Ee HARDT 대표)/사진제공=포스코인터

◇ LX인터, 발행가능 주식수 1.6억주로 확대…유상증자로 투자금 확보

LX인터내셔널(001120)은 발행가능 주식수를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처리한다. 현재까지 발행한 주식은 6800만주다. 추후 유상증자로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배터리 소재 필수 광물로 꼽히는 니켈의 인도네시아 광산 지분 투자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LX인터내셔널은 인수합병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3월 한국유리공업 주식 100%를 5925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유리공업은 빌딩과 주택 창에 쓰이는 판유리와 코팅유리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또한 환경 바이오매스(Biomass)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 지분 약 63%를 950억원에 사들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철스크랩(고철) 관련 트레이딩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정관 사업목적에 '건설기계대여업'을 추가한다. 철스크랩 생산 업체에 굴착기 등 기계를 대여하고 생산량 확대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철스크랩의 수요는 산업계 전반에 몰아치는 친환경 기조와 맞물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공정은 전기로다. 전기로는 철광석을 고로(용광로)에 녹여 생산하는 방식보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트레이딩뿐 아니라 신사업 진출을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퍼루프(Hyperloop) 기업 네덜란드 HARDT Hyperloop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이퍼루프란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아진공(0.001 기압) 상태의 튜브 내부를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운송 수단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에너지와 상사 양 부문에 걸친 과감한 투자로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합사업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