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속이면 속수무책"…日 오염수 2차 방류 앞두고 불안감↑
日 수산물 원산지 위반,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급증
정치권, '식약처에 권한 부여' 법 개정안 발의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차 오염수 방류가 예고된 가운데 수산물을 비롯한 일본산 수입식품의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가 대거 확인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도쿄전력은 오는 5일 시작될 오염수의 2차 해양 방류를 위해 지난 3일 오전부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도쿄전력 측은 바닷물에 희석한 오염수를 대형 수조에 넣고 있으며 희석한 오염수의 트리튬(삼중수소) 농도가 규정된 값으로 돼 있는지 조사 중이다.
그 결과는 4일 저녁쯤 나올 예정이며 문제가 없다면 5일부터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한다. 도쿄전력 측은 2차 방류분에 포함된 트리튬 이외 방사성 물질은 국가가 정한 기준치 미만이었다는 입장이다. 2차 방류 기간은 17일로 예정돼 1차와 동일한 7800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1차 방류는 지난 8월 24일 시작돼 9월 11일 종료됐다. 설비에 문제는 없고 정부와 도쿄전력, 후쿠시마현이 주변에서 수집한 해수나 물고기의 트리튬 농도도 이상 없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3만1200톤의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를 포함한 주변 8개현에서 생산된 모든 수산물과 15개현 27개 농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강조하며 국민 불안 해소에 나섰다. 모든 일본산 식품에 대해서는 매번 수입할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수입 금지 및 방사능 검사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산 수입식품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경우 강력한 수입금지 조치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기 위반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넘게 적발되고 있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연도별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 현황'을 보면 2018년부터 올 6월까지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총 724건(업체 기준)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50건 △2019년 134건 △2020년 110건 △2021년 215건 △2022년 70건 △2023년 1~6월 145건으로 올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건수가 지난 한 해 동안 적발건수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724건의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본산 수산물 미표시 적발건수가 464건(64.1%), 거짓 표시 적발건수는 260건(35.9%)에 달했다. 거짓 표시 건수 중 172건(66.2%)은 검찰에 송치됐고 52건(20%)은 고발, 나머지 36건(13.8%)은 현재 수사 중이다.
이에 일본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민 불안을 감안했을 때 일본산 수산물을 속여 파는 업자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원산지 표시 감시, 단속 권한은 농산물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수산물의 경우 해수부가 갖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식품 안전을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식약처에 원산지 표시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이 의원은 "식약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원산지가 위조된 경우 식약처에서 적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산지 표시 조사 관련 정보를 유관 부처에 받을 채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식품 안전에 전문성을 갖춘 식약처에 원산지 표시 조사 등의 권한을 부여해야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식약처에 원산지 표시 권한을 주자는 의견에 농식품부, 해수부는 물론 당사자인 식약처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각 행정부처의 소관 업무, 단속의 실질적인 효율성, 중복단속 우려 및 단속대상자의 부담부터 따져보자는 이유에서다.
농식품부와 식약처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농식품부와 해수부에 각각 농수산물 유통에 관한 업무가, 식약처에 식품 및 의약품 안전에 관한 업무가 있다. 식약처는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 등에 집중하고 농식품부와 해수부가 원산지 관리 감독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지방자치단체와 8월 28일부터 올 12월 5일까지 일본산 수산물 취급 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특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이 원산지 표시를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상인들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