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큰손'에 큰형님 삼성 들어간다…'AI 칩' 이제부터 본게임
삼성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중요 단계 완료…4분기 HBM3E 판매 확대"
엔비디아 공급으로 4분기 수익성 개선 기대…"파운드리 고객 요구대로" 6세대 승부수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시작한다. 성능 검증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4분기 중 5세대 HBM(HBM3E) 납품이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벽을 넘으면서 SK하이닉스(000660) 독주 구도였던 HBM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5세대 HBM3E 공급 상황과 관련해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언급한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다. 성능 검증 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HBM3E 제품 공급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사장은 3분기 10% 초중반대이던 HBM3E의 매출 비중이 4분기 50%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엔비디아 납품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HBM3E 8단 및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AMD 등 고객사에 공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간 AI 가속기 시장 1위인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범용 메모리 의존도가 컸다.
이같은 이유로 3분기 반도체 부문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 3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29조 2700억 원, 3조 860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3.2%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0%(2조 5900억 원) 감소했다.
인공지능(AI) 및 서버 수요가 많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큰 모바일향 제품의 수요 약세로 높은 마진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과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 달러 약세 환율 영향까지 겹치면서 4조 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시작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사장은 "3분기에도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복수 고객사향 HBM3E 8단 및 12단 판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사단에 합류하면서 HBM 시장의 판도로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 물량을 공급 중인 SK하이닉스가 당분간 1강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삼성전자가 공급사로 합류하면서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범용 제품 라인을 선단공정으로 전환해 수익성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겠다고 예고했다. HBM 등 AI 메모리 제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각각 52.5%, 42.4%로 전망된다.
양사간 경쟁은 6세대 HBM(HBM4)에서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손잡고 HBM4 개발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도 파트너사를 확보해 사업화 준비를 진행 중이다. 고객사가 요구한다면 삼성 파운드리 대신 TSMC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의지다.
김 부사장은 이날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제조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해 외부·내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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