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나가서 문제" TSMC 독점 우려…삼성 파운드리 곁불 쬐나

모든 AI 가속기, TSMC서 생산…실적 콘퍼런스콜서도 '반독점 규제 우려' 제기
엔비디아, TSMC 대안 모색설에 美 당국 견제 움직임도…"삼성에 기회 될 수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엔비디아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 양대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AI 반도체가 TSMC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어서다. 다만 이런 TSMC 독주 구도가 견제와 우려를 부르기 시작해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독주가 지속되면서 이 기업이 반독점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장악은 10여 년 전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주로 시작됐다. 기존에도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TSMC는 AI 반도체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초고성능의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졌고, 첨단 공정과 '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기술을 확보한 TSMC로 모든 빅테크가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물론 AMD, 메타 등 빅테크의 AI 가속기는 물론 퀄컴, 미디어텍 등 기업의 첨단 AP가 모두 TSMC의 공정을 거친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지난 5월 TSMC가 전 세계 AI 가속기의 99%를 생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TSMC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이 중단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인데 첨단공정만 놓고 보면 점유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TSMC는 실적 신기록을 쓰고 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 8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4.2% 급증했다.

TSMC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반독점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TSMC의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독점 위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파운드리 2.0' 전략을 소개하며 "우리가 좋은 성과를 내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커 보이지만 TSMC는 아직 지배적이지 않다. 반독점 우려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파운드리 2.0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종합 반도체 회사가 되겠다는 TSMC의 전략이다.

다만 애플은 물론 엔비디아도 미국의 반독점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TSMC의 시장 지배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고객사에서도 견제 움직임이 나온다. 최근 IT 전문 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와 TSMC가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 결함을 놓고 서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 경영진 회동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였다고 한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TSMC가 생산하는 첨단 칩보다 사양이 낮고 저렴한 제품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긴다는 전략이다. TSMC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첨단공정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 규제당국도 TSMC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중국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AP를 TSMC를 통해 생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디인포메이션은 미 상무부가 TSMC가 화웨이의 AP 칩 생산에 관여했는지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TSMC에 대한 반도체 업계와 미 정부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파운드리 2인자인 삼성전자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는 인텔과 함께 TSMC의 첨단공정에 맞설 수 있는 경쟁업체다. 빅테크들이 리스크 분산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업들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면서도 "TSMC의 가격 인상, 미 당국의 규제 움직임 등 외부 요인이 삼성 파운드리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