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라도 많이 팔자"…'대세' 하이브리드 올라탄 배터리업계
LG엔솔·삼성SDI·SK온 "하이브리드 수요 성장에 유연하게 대응"
순수전기차 배터리 대비 수익성 낮아…"장기적 시장 확대엔 도움"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전기차 시장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가 순수전기차(BEV) 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하이브리드차(HEV)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HEV·PHEV에 탑재되는 배터리 생산을 확대할지를 두고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동화 속도 조절이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단기간에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집중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퍼포먼스를 올릴 수 있는 대응 체계로 유연하게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최근 고객사들의 PHEV 관련 신규 프로젝트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며 "제품 경쟁력을 활용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했고, SK온 역시 "캐즘에 따라 과도기적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HEV·PHEV에 대한 배터리 업계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순수전기차에 비해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이 적어 수익성이 적은 사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BEV에는 100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도 탑재되지만 PHEV와 HEV의 배터리 용량은 각각 20kWh, 2kWh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HEV·PHEV가 재부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내에서 PHEV 판매량(17만 1805대)은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한 반면, BEV 판매량(53만 6382대)은 0.2% 줄어들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고객 수요에 대응해 너나 할 것 없이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늘리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HEV·PHEV 생산량 대응에 대해 "기존에 생산하던 배터리의 생산량을 늘리는 정도라 대응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다"라며 "고객사와 생산량을 협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대비 수익성이 적은 하이브리드차 생산량 확대가 배터리 업계에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로, 하이브리드에서 순수전기차로 넘어가는 소비자는 많아도 하이브리드에서 내연기관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하이브리드차 고객이 느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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