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양보에도 "더 내놔라" 강경…삼성 노조, 이재용 자택 찾아간다
사흘간 끝장교섭 결렬…요구안 상당부분 수용했으나 전삼노 "200만 복지포인트도 달라"
극적 타결 기대한 사측 '난감'…대표교섭권 잃는 전삼노 '장기 투쟁' 주장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사흘간 이어진 삼성전자(005930) 노사의 집중 교섭이 끝내 결렬됐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면서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노조가 추가 요구안을 내놓으며 대화에 다시 벽에 부딪혔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교섭 결렬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며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성과급 제도 개선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사측에 요구해왔다.
막판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 총회 4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하며 노조 측 안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파업에 따른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일부 지원하고 노조 활동 인정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삼노가 사측 제시안에 더해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파업 참여 노조원의 임금 손실 대부분을 보전받으려는 의도의 요구안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거절했다.
극적 타결을 기대했던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측이 한발 물러선 만큼 노사가 원만한 합의에 이를 거란 예상과 달리 전삼노가 강경일변도로 대응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반면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요구는 절대로 과도한 것이 아니었다"며 "파국의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장기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오는 5일 대표교섭권이 사라져 쟁의권을 잃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3노조), 전삼노(4노조), DX(디바이스경험)노조(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어,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쟁의권을 잃는다.
전삼노 노조원들이 얻는 것 없이 파업 지속에 따른 임금 손실만 입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삼성전자는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여부와 관련해 "고객 물량 대응에 문제가 전혀 없다"며 "회사는 노조의 파업이 지속돼도 경영과 생산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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