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짙어진 올해 재계 인사…오너 3·4세 승진 행렬도

SK·GS 부회장단 모두 2선 퇴진…삼성·LG엔 70년대생 사장 탄생
글로벌 복합위기 속 오너가 3·4세 승진해 '책임경영' 구현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성 신건웅 기자 = 올해 재계의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사업 발굴을 위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안정'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했다.

LG그룹은 '44년 LG맨'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고, 차세대 리더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SK와 GS그룹도 그룹 성장을 이끈 부회장단이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면서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글로벌 복합위기 등으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오너가(家) 3·4세에게 중책을 맡기며 '책임 경영'을 펼치겠다는 흐름도 엿보인다.

◇ "변해야 산다" SK·GS 부회장단 2선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든 곳은 SK와 GS그룹이다.

7일 SK(034730)그룹은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과 박정호(60)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 등 4인 부회장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나는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 서열 2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이른바 '60대 부회장단'이 용퇴하고 '50대 사장단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SK 2인자인 수펙스 의장 자리엔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이 선임됐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최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그룹의 사촌경영 밑그림 작업이 진전될 것이란 분석이다.

GS(078930)그룹도 성장을 일궜던 사장단, 부회장 등이 물러나고 총 4개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신규 임원만 50명에 달한다. 매년 임원 인사 규모가 30~4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쇄신형 인사라는 평가다. GS그룹은 "(이번 인사에) 조직 쇄신과 중단 없는 사업혁신의 열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 News1 장수영 기자

◇ '안정' 택한 삼성…'세대교체' 내건 LG

예년보다 '조기 인사' 카드를 택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했다. 사장 승진자는 지난해(7명)보다 대폭 줄어든 2명에 그쳤다.

다만 오너가(家)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곤 첫 1970년대 사장인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탄생하며 '세대교체'도 일부 반영됐다. 39세 상무, 46세 부사장 등 '젊은 피'들도 대거 수혈됐다.

LG그룹은 권영수(66)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의 용퇴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됐다. 권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단이 모두 물러나면서 '구광모 체제'가 강화됐다.

LG에너지솔루션엔 김동명(54) 자동차전지사업부장(사장)이 CEO(최고경영자)에 선임되면서, CEO의 나이가 무려 12년 젊어졌다. LG이노텍(011070)은 창사 이래 처음이자 그룹 내 최연소인 1970년생 문혁수(53)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책임경영 내걸고 오너家 3·4세 약진

1980년대생 '오너 3·4세'들이 부회장 또는 대표이사 직함을 달고 본격적으로 경영 최전선에 나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3·4세를 경영 전면에 배치하며 내년에도 이어질 글로벌 복합 위기를 '책임 경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41) HD현대(267250)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사장 자리에 오른 지 약 2년1개월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3세 경영' 안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한국 롯데에 데뷔하게 됐다. 신 전무는 이번에 신설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며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을 제시하는 중책을 맡는다.

이웅열 코오롱(002020)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4세'인 이규호(39)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은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부회장을 맡았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452260) 전략본부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44) 사장은 GS건설 대표이사에,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46) 부사장은 GS리테일(007070) 경영전략서비스유닛장을 맡았다.

m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