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운 오리라고 했나"…하만, 삼성전자 '실적 버팀목' 됐다

3분기 영업익 4500억 '역대 최대'…올해 1조 돌파 '기대'
전장 수주 확대에 카오디오 제품 판매 증가로 실적 개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멕시코에 위치한 하만 공장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9.12/뉴스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삼성전자의 전장과 오디오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이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올해 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메꿀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는 3분기 영업이익이 2조4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57% 줄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12.21% 감소한 67조4047억원이다.

반도체 부문이 3조7500억원 적자로 부진했지만, 하만이 4500억원의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11월 80억 달러(약 10조78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이후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진행한 최대 인수합병(M&A)이지만, 2016년 68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7년 574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20년에는 555억원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자회사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거쳐 영업이익을 5991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하만은 누적 83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추정 하만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000억원으로,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도 10조4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5900억원) 대비 9% 증가했다.

하만의 선방은 반도체 침체에 빠진 삼성전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하만의 3분기까지 실적은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22%,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고사양·고급 제품 판매 전략이 통했다는 평이다.

하만의 주력제품인 디지털콕핏의 상반기 생산실적은 410만대로 지난해 상반기 395만대에서 3.8% 증가했다.

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카오디오 분야에서 업계 1위로, 전 세계 5000만대 이상의 자동차에 하만의 카오디오와 커넥티드 카 시스템이 장착됐다. △도요타-JBL △렉서스-마크레빈슨 △BMW-하만카돈 △BMW-바워스 앤 윌킨스 △르노-하만카돈 △아우디-뱅앤올룹슨 △피아트-JBL △볼보-하만카돈 △볼보-바워스 앤 윌킨스 △폭스바겐-하만카돈 △제네시스-뱅앤올룹슨 등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카오디오를 공급한다.

집과 스마트폰, 자동차(Home-Mobile-Car) 연결의 핵심 장비인 TCU(차량용 통신 장비)에서는 업계 최초 5G 제품을 출시해 지난 2021년 BMW 럭셔리 SUV 전기차 iX에 공급 후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의 시너지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만의 디지털콕핏 분야 1위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S/W) 등 IT 기술 경쟁력이 바탕이 됐다는 평이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고 안드로이드(Android) 개발 역량이 활용됐다.

앞으로도 삼성의 디스플레이, S/W 역량을 활용해 차량용으로 특화된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업계 1위 위상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편 하만은 디지털콕핏을 중심으로 차량 내 탑승자 경험(ICX) 솔루션을 제공하고 시장 변화를 선도해 나가기로 했다. 전장·오디오 사업 역량에 삼성전자의 IT 기술 역량을 접목해 ICX 분야에서 시너지를 추진한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