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계약으론 미래 못 그려"…K-동박, 장기공급계약 '사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G엔솔과 장기 공급 계약 논의
하이엔드 시장 개화 전 수익성 확보해야…美 진출도 속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생산공장.(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글로벌 동박 공급 과잉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동박 기업들이 장기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강도·고연신·초극박의 하이엔드 동박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 충분한 수주 물량 확보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동박 장기 공급을 논의 중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롯데케미칼(011170)에 인수되기 전부터 LG에너지솔루션에 동박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장기 계약을 목표로 대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앞서 삼성SDI(006400)와도 8년간 동박을 공급하는 8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사와의 중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모두 미국 현지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설립 중이다.

이와 함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5월 해외 고객사와 2033년까지 10년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SKC(011790)의 동박 투자사인 SK넥실리스는 이달 중국 인비전 AESC와 10년간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2조원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 독일 배터리 제조사인 바르타에 5년간 동박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SK넥실리스 정읍 공장.(SKC 제공)

솔루스첨단소재(336370) 또한 장기 계약에 적극적이다. 이달 프랑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ACC와 3000억원 규모의 5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솔루스첨단소재는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등에 동박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동박 기업이 장기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글로벌 동박 기업의 생산 물량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오는 2027년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부진으로 SKC의 올해 2분기 이차전지(동박) 부문 영업이익은 4억원에 그쳤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75.2% 줄어든 1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은 고품질의 하이엔드 동박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하이엔드 시장이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국내 기업 물량 중 하이엔드 제품 비중도 낮아 일단 기존 제품으로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이엔드 동박은 두께 6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고강도·고연신의 제품으로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어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솔루스첨단소재 캐나다 퀘벡주 동박 생산공장 부지 전경.(솔루스첨단소재 제공)

업계 관계자는 "단기 계약으로는 동박 시장에서 미래를 그리기 힘들다"며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 수주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동박 기업들은 미국 현지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12일 미국 델라웨어주에 현지 법인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장 부지 후보군으로는 4개 주(州)를 고려 중으로,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SK넥실리스는 일본 도요타통상과 북미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연내 북미 독자 공장 설립도 결정할 방침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이달 캐나다 퀘벡주 소재 공장을 착공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