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팔도, 해태 '도시락' 상표권 취소 심결 승소…"분쟁 없을 듯"

팔도, 올해 1월 해태 상표권 불사용 따른 등록취소심판 요청…청구 성립
'도시락 관련 제품無' 해태, 항소 가능성 낮아…분쟁 없이 마무리될 듯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팔도 제공)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식품기업 팔도가 올해 초 해태제과식품(101530)의 등록 상표 '도시락'에 대해 청구한 취소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이 해당 상표권을 취소하는 심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해태제과식품이 2009년 9월 출원해 2010년 11월 등록을 마친 '도시락', '해태도시락' 상표권에 대해 팔도가 청구한 등록취소심판에서 '등록취소'가 적합하다고 지난달 29일 심결했다.

팔도는 해태제과가 도시락 관련 상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1월 '상표불사용에 따른 등록취소심판'을 요청했다. 현행 특허법에 따르면 특정 상표가 3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경우 취소 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특허청은 팔도의 주장을 받아들여 청구가 성립된다는 심결을 내렸으며 이는 특허청의 1심 결정에 해당한다. 상표권 소멸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해태제과가 이 결정에 불복할 경우 상급 기관에 항소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해태제과가 2009년 상표권 등록 이후 한 차례도 도시락 관련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만큼 항소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심결이 확정될 경우 해태제과가 보유한 도시락 관련 상표권은 소멸하게 되며 이후 팔도는 도시락 관련 상표권 등록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

팔도가 해태제과의 상표권 취소에 나선 이유는 자사의 대표 라면 브랜드인 '팔도 도시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1986년 국내 최초 사각 용기 면으로 출시된 도시락은 팔도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상표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브랜드 보호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선행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가 많지만, 등록 상표가 제품 출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오래전 등록한 뒤 사용하지 않는 상표에 대한 취소심판을 제기한 만큼 분쟁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는 "오랜 세월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용기면 도시락이 소비자께 식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상표 등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태 관계자는 "(해당 상표권은) 해태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심결에 대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팔도는 2021년 러시아에서도 도시락에 대한 저명상표를 등록한 바 있다.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국민 라면'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팔도는 저명상표 등록을 통해 컵라면 외에도 다양한 상품군에서 상표권 보호를 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 특허청에서 저명상표를 부여받은 기업은 아디다스·샤넬·펩시 등 200여 개에 불과하다. 팔도 도시락은 225번째 저명상표로 등록됐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