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만 좋은 일"…업계, 티메프발 정부 규제안에 '촉각'
정산주기 단축·판매대금 별도 관리…"시장 위축돼"
"본질적인 해결 방안 아냐…금융당국 제재가 더 효과적"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정부가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조만간 확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개정안을 확정했다는 일부 보도에 "아직 논의 단계"라며 선을 그었고, 확정되더라도 법제화되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개정안 자체가 업계의 우려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내용인 만큼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안은 크게 2개 안이다.
1안은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 원 이상의 플랫폼 △구매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 정산 △판매대금 100% 별도 관리 등을 골자로 한다.
2안은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 원 이상 플랫폼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정산 △판매대금 50% 별도 관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규제 대상과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정산주기를 법으로 정하고 판매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큰 틀에 못 박은 셈이다.
업계는 정부안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e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역효과가 더 크다고 경고한다.
정산주기를 짧게 줄이고 판매대금을 묶어두면 오픈마켓 수수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중소 플랫폼 특히 신생 업체들의 유동성을 경색시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티메프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A 업체 관계자는 "주기를 앞당기는 게 아닌 정산 대금이 셀러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B 업체 관계자 역시 "정산 주기가 문제가 아니다. 티메프 사태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촉발됐기에 정산 주기가 하루, 이틀이었어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셀러들의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즉각 제재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판매대금 수수료 또는 중개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칫하면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중국 e커머스 플랫폼(C커머스) 등 외국계 기업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알리익스프레스는 대대적인 수수료 면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외국계 플랫폼들의 거래 규모나 구체적인 판매대금 수수료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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