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자금 올패스' 어떻게 가능했나…e커머스 규제 '쟁점'
시장 규모 220조 급성장에도 제도 보완 미비 지적
규제 틈 노린 '티메프' 자금 운용 둘러싼 업계 화두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계열사 판매대금 일부 중 회사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면서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핵심은 판매대금 불법 자금 운용 여부로, 사실상 그룹 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의 자금 돌려막기 의혹이 힘을 실으면서 업계 전반으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다.
특히 e커머스 시장 규모가 220조 원대로 급성장한 유통 구조 변화 속에서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여신전문금융법 등 e커머스 규제와 관련해 지정 확대와 실효성 제도 보완 등도 지적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계열사 판매대금 중 일부가 '위시' 인수 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에 대해 "그룹 내 자금을 모아 처리했으며 (판매대금이)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400억 원에 대해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판매대금 자금 유용'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큐텐그룹의 자금 흐름을 둘러싸고 큐텐 설립자이자 그룹 내 최대주주인 구영배 대표의 '원톱 지분구조'가 불법 자금 운용 의혹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큐텐은 비상장사로, 최대주주인 구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재무팀 합병 운영이 가능했으며 그로 인한 계열사 간 자금 흐름(자금 돌려막기)가 가능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해 큐텐에 인수된 후 기술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 산하 재무팀으로 통폐합돼 운영되면서 내부 승인 절차가 비정상적이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계열사 간 재무팀 파견 형식으로 운영돼 각 사로의 자금 확보가 원활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감독원은 티몬·위메프의 내부 자금흐름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황을 발견하고 검찰의 수사의뢰를 한 상태다.
◇ e커머스 규제 허점 파고든 티메프 사태…제도 보완 필요성 대두
무엇보다 '큐텐의 판매대금 정산 기간 변경'이 촉발점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대규모유통업법 지정을 둘러싼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대금을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직매입은 60일)에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대금 지급 기한이 초과할 경우 연 15.5%의 지연 이율도 적용된다.
그러나 직매입과 오픈마켓의 경우 다른 규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받지만 티몬은 해당되지 않는다. e커머스마다 정산주기가 제각각인 배경이다. 특히 큐텐의 경우 지난 5월 정산주기를 변경하면서 돌려막기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산금 지급 기한 규정이 없는 전자상거래법이나 상품권 판매(티몬페이), 판매대금 운용(에스크로 시스템 미도입) 등 사실상 금융 기능을 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대상에서 빠지면서 전자금융거래법과 여신전문금융법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메프가 큐텐그룹의 몸집 불리기에 자금처가 됐다는 의혹은 계열사 간 전자금융업 위탁과 맞닿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은 전자금융업으로 선불전자지급수단발행업, 전자지금결제대행업(PG), 결제대금예치업(에스크로)을 등록해 놓은 상태다. 실제로 티몬은 인터파크커머스의 결제대행과 결제대금예치서비스를 위탁받아 시행하면서 인터파크커머스 판매된 대금이 티몬으로 흘러 들어갔다. 위시의 에스크로업까지 위탁받았을 경우 이 판매 대금도 티몬으로 유입되는 구조다.
정부가 업계 제도적 문제에 대해 인정한 만큼 규제 손질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e커머스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 "모든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당사자 간의 계약으로 (정산을)하기로 돼 있다. 문제는 대금 유용 가능성을 정산주기 기한하고 연결을 잘 못 시켜서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다"며 제도 미비점을 인정하고 법제화 검토 방침을 내놨다.
A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는 정산주기가 핵심이 아닌 판매대금 불법 운용 여부"라면서 "대규모유통업법처럼 정산주기를 법이나 규제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단순히 정산주기만을 놓고 문제를 삼는다면 일부 도산하는 업체들도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B 업계 관계자도 "e커머스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지만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들도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현금유동성 비율이나 판매대금 리스크 관리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가이드나 별도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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