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매워서 문제"…삼양식품 '핵불닭' 리콜 확산 여부 노심초사

덴마크서 '너무 맵다' 이유로 리콜…유럽 성장세 발목 잡힐까 우려
또 다른 챌린지 될까 "돈 주고도 못 살 홍보"…"품질 문제는 아냐"

삼양식품 핵불닭볶음면 3×Spicy(삼양식품 미국 누리집 갈무리)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매운 음식이 낯선 유럽 사람들에게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은 리콜까지 감행해야 하는 상품인 걸까.

덴마크가 '핵불닭볶음면' 등의 일부 상품을 너무 맵다는 이유로 회수 조치에 나서자, 삼양식품은 화들짝 놀랐다. 여파가 유럽 전체로 퍼질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덴마크의 리콜 조치와 관련해 국가 공인 기관에 캡사이신 함량 분석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덴마크 현지 매체 '엑스트라 블라뎃'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덴마크 수의학·식품청(DVFA)이 핵불닭볶음면의 리콜을 결정했다며 리콜 배경을 "놀란 소비자"의 문의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DVFA는 문의 내용을 덴마크공과대학(DTU)에 전달하며 조사를 의뢰했고, 불닭볶음면이 칠리 칩보다 캡사이신 함량이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일명 '핫칩'이라고 불리는 칠리 칩은 세계적으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챌린지로 인기를 끈 과자다. 지구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맛을 낸 이 과자를 먹고 견디면 되는 '성인용' 챌린지다. 다만 지난해 미국의 한 10대 소년이 이 챌린지에 도전했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덴마크의 조치가 유럽연합(EU) 인접 국가로 퍼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북미·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난 1분기 매출 42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8.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리콜 조치가 퍼지면 이같은 성장 흐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삼양식품 측에서는 리콜 대상에 오른 △핵불닭볶음면 3×Spicy △핵불닭볶음면 2×Spicy △불닭볶음탕면은 이미 전세계 수출중인 제품으로 각국 식품법 기준 아래 생산됐다는 설명이다.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는 UN에서 발행한 칠리 페퍼 맵기 중 미디엄(중간) 수준이다.

다만 삼양식품의 우려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오히려 홍보 효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불닭볶음면은 SNS에서 매운맛 챌린지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한 국가 정부가 금지할 수준이라면 매운맛에 도전했던 이들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될 수 있다.

영미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덴마크의 매운 향신료는 버터"라며 덴마크 정부를 놀리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이런 종류의 홍보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나라면 너무 매워서 덴마크에선 (판매가) 금지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광고를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덴마크의 리콜 결정은 제품의 품질 문제나 규정 위반의 이유가 아닌, 너무 매워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는 판단 아래 결정"이라며 "현재 국가 공인 검사 기관에 캡사이신 함량에 분석 의뢰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리콜 조치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