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구속 우려, SPC그룹 사법 리스크 현실화…글로벌 사업 '흔들'

1년 공들인 이탈리아 흔들…美 FDD에 소송 적시해야, 예비 가맹점 '멈칫'
중동 할랄 시장 공략도 장애물…"K-푸드 걸림돌 우려"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마리오 파스쿠찌 회장(오른쪽)이 함께 SPC그룹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SPC그룹 제공)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구속될 경우 글로벌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SPC그룹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중앙지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검토 중이다.

허 회장이 구속된다면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이나 신규 투자 등에 여파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허 회장이 구속된다면 당장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 협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4일 방한한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와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PC그룹은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 1년을 애를 써왔고, 유럽 내 3번째 진출국으로 발돋움하는 단계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시점에 허 회장이 구속된다면 SPC그룹 입장에선 뼈아프다.

업계에서는 이탈리아 진출은 단순 프랑스·영국 다음의 유럽 진출일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시장의 확대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하는 주요 국가다.

이런 상황에서 차후 협력관계나 비즈니스 추진 과정에서 그룹 총수의 결단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하와이 비숍 스트리트점.(SPC 파리바게뜨제공)

장사를 잘 하고 있는 미국 시장도 제동에 걸린다. 미국 현지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프랜차이즈 공개문서(FDD)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FDD에는 본사 경영진의 법적 소송 케이스 등을 포함해야 하는데, 예비 가맹점주들에게 허 회장의 구속 수사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4년 4월 기준 미국의 파리바게뜨 점포는 160여개로, 이중 가맹점 비율은 80% 이상이다.

중동 시장 공략도 장애물이 생긴다. SPC그룹은 올해 하반기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제빵공장 완공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의 과정이 필요한데, 허 회장이 구속된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등으로 중동 진출 계획이 무산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사업도 우려는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파스쿠찌 등 주요 브랜드 가맹점은 6191개에 달한다. 허 회장이 구속된다면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어 매출 우려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등 대대적인 투자나 해외 기업과 협업은 통상적으로 오너 리더십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가 K-푸드의 해외 확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