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인수 무리수였나"…이마트 강희석 대표 해임, 책임론 컸다
'정용진의 남자' 강 대표 돌연 해임…'문책성 인사'로 분석
인수 및 통합 시너지 부족, 재무 악화…'오너家' 신임 잃어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공동대표가 돌연 해임됐다.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어온 강희석 대표가 임기를 약 2년 반 남겨두고 회사 떠나게 됐다.
업계에선 이마트(139480)를 이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상필벌'(信賞必罰·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 인사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풀이한다. G마켓(구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강하게 밀어붙인 강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오너家 신임 잃었다…G마켓 인수 '책임론' 대두
신세계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해임의 배경으로 "강 대표가 오너가(家)의 신임을 잃은 것이 결정적이다"라고 보고 있다. 강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였다. 사실상 강 대표를 경질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강 대표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강 대표가 베인앤드컴퍼니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김혜경 이마트 부문기획본부장 겸 온라인 TF장 전무가 함께 G마켓 인수합병(M&A) 전략을 맡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내부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e커머스 시장 12%를 점유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3%를 더하면 단번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4조원의 높은 인수금액은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인수금액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추가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M&A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마트 본사 매각에 대한 책임론도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 본사 매각은 e커머스 강화를 위한 이베이코리아 지분 80% 인수(3조4000억원)에 따른 투자금 확보 차원이었다.
◇이마트, 첫 외부 CEO 해임 초강수
강희석 대표는 과거 '정용진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전폭적인 지지와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10월 이마트 수장 자리에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출신인 강 대표를 앉혔다.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영입이었다.
외부 수혈은 부진한 실적을 타개할 정 부회장의 충격요법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2019년 2분기 당시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강 대표는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 전략을 펼치고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실제 강 대표 CEO 선임 후 1년이 지난 2020년 이마트는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그해 10월 정기인사에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대표도 겸직하게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주력 사업을 모두 맡길 만큼 그룹 내에서 인정받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강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지난 6월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를 출범하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서 실적 악화, 재무부담 가중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4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적 내리막, 이자 비용 부담…"질책성 인사"
이마트의 실적은 이러한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100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4분기 128억원으로 급감한 뒤 올해 2분기엔 적자 전환(530억원 손실)했다.
높은 이자 비용으로 인해 재무 악화로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막히고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의견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 역사상 1조 이상의 M&A는 전례없는 일"이라며 "강 대표가 이 분야의 전문가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마트 리뉴얼,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 등 굵직한 외형 변화는 이끌어냈지만,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해임에 무게가 실렸다"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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