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멈췄다더니 또 총수 자택 몰려간 노조…"신뢰는 어디로"

현대트랜시스 노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4번째 시위
교섭재개 앞두고 협상력 제고 노리지만…"불필요하게 신뢰만 훼손"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벌이는 현장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파업을 철회한 현대트랜시스(039090) 노동조합이 다시 그룹 총수 자택을 찾아 주택가 시위를 벌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진행했다.

성과급 지급 등을 내걸고 한 달 넘게 파업을 이어온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임단협 협상 당사자가 아닌 정 회장을 겨냥해 자택이 있는 주택가에서 이날을 포함해 벌써 4번째 시위를 벌였다.

다만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전날(11일) 파업 철회와 함께 업무 복귀를 선언했었다. 사측은 즉시 집중교섭을 진행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노조의 시위는 곧 재개될 협상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뢰 훼손을 가져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주민은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주택가에서 시위가 계속 진행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 출근길에 낯선 노조원들과 과격한 구호가 담긴 대형 피켓 사이로 지나갈 때마다 불편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전년도 매출액의 2%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8일 부분파업을 시작한 뒤, 같은 달 11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2400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연간 영업이익(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여서 사측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달 넘는 파업으로 상당한 생산차질을 빚은 현대트랜시스 경영진은 전날 회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전 임원 연봉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면 회사측과의 교섭에 집중하는 게 순리"라며 "주택가 시위 등으로 불필요하게 사측을 자극하는 것은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