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리면 총수 집 몰려가"…계열사 파업공식 될까 두려운 주민들

현대트랜시스 노조, 용산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서 또 시위
'매출 2%' 성과급 등 요구하며 한달 넘게 파업…영세 협력사들 "생계 위협" 호소

7일 아침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위 중인 현대트랜시스 노조원(현대트랜시스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트랜시스(039090) 노동조합이 또 한 번 서울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10여 명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연 매출의 2%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8일 부분파업을 시작한 뒤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해 8일 현재까지 32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6일과 28일, 29일에도 정의선 회장 자택을 비롯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인근 등에서 상경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계열사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노조가 협상 당사자가 아닌 그룹 본사와 총수를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택가 시위 등이 벌어지면서 이번 사태와 무관한 주민들이 입는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출근길에 낯선 노조원들과 마주치고, 생경한 문구와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긴 대형 피켓을 지날 때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불편하다"며 "지난달부터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다 보니, 앞으로 상습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규모도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협력사 직원 300여명이 6일 충남 서산시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 달을 넘어선 이번 파업으로 현대트랜시스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경영 손실이 커지는 데 대해서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협력사 임직원 300여 명은 지난 6일 충남 서산에서 파업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성과급 문제지만, 협력사들에는 생계의 문제"라며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한 집안의 가장, 아들, 딸인 직원들을 생각해서 파업을 조속히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매출 2%) 총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 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장기간 파업과 주택가 시위 등을 벌이면서 영세 협력업체 직원들이나 평온한 생활을 누려야 할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가까이 파업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노조원 등 1000여명이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사옥 앞 3개 차선을 막고 집회 중인 가운데 차량들이 남은 1개 차선으로 시위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독자 제공)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