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반토막' EU 관세폭탄 오늘 회원국 표결…유럽시장 격변

'잠정 상계관세' 시행 2달 연속 판매 감소…관세율 따라 中 업체별 희비
확정시 5년간 최대 36% 관세 추가…현대차·기아 전기차 '반사이익' 가능성

중국 완성차 업체 체리자동차가 제조한 전기차 '오모다E5'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영국 브리스톨의 로얄 포트버리 부두에서 하역되는 모습. 체리차는 지난 4월 스페인 완성차업체 에브로와 손을 잡고 바르셀로나 에브로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2024.09.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유럽연합(EU)의 '잠정' 상계관세가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8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한 EU '관세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는 분석이다. '확정' 상계관세 시행에 대한 4일(현지시간) EU 회원국 표결 결과에 따라 유럽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유럽 시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데이터포스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유럽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 점유율이 지난 6월 11.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9.8%, 8월 7.7%로 두 달 연속 감소해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8월에 유럽에 신규 등록된 중국 전기차는 1만4843대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업체별로는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전기차 브랜드 MG가 8월 유럽 신규 등록이 30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 유럽 시장 내 중국 전기차 판매 1위를 경쟁사인 비야디(BYD)에 내줬다. 반면 8월에 새롭게 등록된 비야디 전기차는 3329대로 19% 증가했다. 두 업체 간 희비가 교차한 건 EU가 지난 7월 5일부터 4개월간 시행 중인 잠정 상계관세율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EU 집행위원회는 업체별 상계관세율을 자체 조사에 협조한 정도에 따라 차등 부과했다. BYD가 17.4%포인트(p)로 가장 선방했고, △지리 19.9%p △SAIC 37.6%p △조사에 협조한 기타 업체 20.8%p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기타 업체 37.6%p 등이다. BYD에 부과된 관세율이 가장 낮고, SAIC는 가장 높다.

중국산 전기차는 수입 전기차에 적용되던 기본 10% 관세에 업체별 상계관세율을 합해 부과된다. SAIC는 7월부터 47.6%의 고율 관세를 맞는 중이다. 이를 두고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자토 다이내믹스는 블룸버그 통신에 SAIC가 BEV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 중점을 뒀던 데다 EU의 높은 잠정 상계관세까지 받게 돼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타격이 컸다고 풀이했다.

EU 상계관세의 위력을 확인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4일 있을 EU 회원국 표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중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 회원국이 찬성할 경우 중국산 전기차 대상 확정 상계관세는 오는 11월 5일부터 5년간 부과된다. EU 집행위가 지난 8월 공개한 확정 상계관세율은 17.0%p~36.3%p로 기존 잠정 상계관세율(17.4%p~37.6%p) 대비 소폭 하향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 캐즘 등으로 유럽 시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이번 표결에서 중국 전기차 관세폭탄이 확정될 경우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8월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은 57만 51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만 1217대)보다 4.3%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8.0%로 뒷걸음질 쳤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EU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유럽 현지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 일간지 데 타이트는 지난달 18일 소식통을 인용해 니오가 벨기에 브뤼셀의 아우디 전기차 공장을 매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 립모터는 폴란드 티히의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자사 소형 전기차 T03을 남은 하반기 안에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확정 상계관세를 막기 위해 EU와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특히 자국 전기차 업계와 협력 중인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을 설득하기 위해 지난달 각국에 상무부장을 잇달아 파견했다. 독일은 BMW·폭스바겐 전기차 생산기지가 중국에 있고, 이탈리아는 스텔란티스그룹에 참여하는 피아트를 갖고 있다. 스페인은 자국 완성차 업체 에브로가 바르셀로나 공장에서 중국 체리자동차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과 스페인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에 반대했지만, 이탈리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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