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터널 끝 보인다"…내년 EU 전기차 침투율 24%로 반등 전망

유럽운송환경연합 보고서…확고한 탄소감축 의지·보급형 신차 효과 등에 올해 상반기 14%서 큰폭 확대될 듯
캐즘 틈탄 도요타 추격 허용한 현대차·기아, 전기차 수요 회복시 격차 다시 벌릴 듯…캐스퍼EV·EV3 출격 대기

지난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모습. 2024.6.2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유럽 시장에서 보급형 신차 출시 등 효과로 내년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반등할 것이란 현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의 끝이 보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의 판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2025년 유럽연합(EU)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24%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EU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14%였던 것과 비교하면 전기차 침투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만 5000유로(약 3700만 원) 미만의 전기차 7종이 새롭게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난해 11월 예산 고갈로 중단됐던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이 조만간 세액공제 형태로 부활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EU의 탄소 감축 목표가 역내 완성차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고한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7월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기 때 수립했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및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 90% 감축(1990년 대비) 등의 '그린딜'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T&E에 따르면 내년도 EU의 탄소 감축 목표치 달성에 내연기관이 남아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30%밖에 기여하지 못하지만, 전기차는 60% 이상 기여한다. EU가 탄소 중립을 고집하는 한 하이브리드차보단 순수 전기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유럽을 덮친 캐즘에 고전 중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판매량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나온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 8월 EU 역내 신차 판매량은 5만 6450대로 지난해 동기(6만 5987대) 대비 14.5% 감소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57만 51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0만 1217대)보다 4.3% 줄었고, 이를 기준으로 한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8.0%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그룹은 EU 시장에서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르노그룹에 이어 4위를 지키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 인기를 등에 업은 5위 도요타그룹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렉서스를 포함한 도요타그룹의 1~8월 누적 판매량은 57만 1574대로 현대차그룹보다 불과 3607대 적다. 시장 점유율로는 8.0% 동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양사의 EU 시장 점유율이 각각 8.4%와 6.9%로 차이가 났던 상황과 비교된다.

이는 캐즘 영향을 현대차가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EU 전기차(BEV)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3.9% 감소했고, 신차 중 전기차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1.0%에서 14.4%로 크게 줄었다. 특히 유럽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에선 전기차 판매가 68.8% 급감했다. 반면 8월 EU 하이브리드차(HEV) 판매량은 6.6% 늘어 신차 중 31.3%를 차지했다.

만일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난다면 상황은 다시 현대차그룹에 유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 등 소형 전기차를 올해 하반기 유럽에 출시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현재 유럽에서 아이오닉5·6, 코나EV와 니로EV, EV6·EV9 등을 판매 중인데, 모두 캐스퍼 일렉트릭·EV3보다 덩치가 큰 차다. 차로가 좁고 주차할 공간이 많지 않은 유럽에선 소형차가 인기인 만큼 소형 전기차 출시는 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기대주로 꼽힌다.

반면 전동화 전환을 먼 미래로 보고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집중했던 도요타그룹은 유럽 내 전기차 라인업이 bz4x(도요타)와 RZ(렉서스)로 비교적 단출하고, 판매량도 현대차그룹에 비해 크게 밀려 전기차 수요 회복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이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량 반등 정도를 가를 변수로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EU 규제당국의 움직임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를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EU 집행위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 살포로 헐값에 수출되는 전기차 때문에 역내 전기차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 7월부터 기존 10% 관세에 최대 36.3%포인트(p)를 더한 상계관세를 4개월간 시범 부과하는 중이다.

EU 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를 오는 11월부터 5년간 확정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회원국 표결에 부칠 예정인데, 폭스바겐·BMW 등 자국 기업이 중국에 전기차 생산기지가 있는 독일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2024.04.12/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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