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공급과잉' K-동박 이중고…"보릿고개 견뎌야 산다"

롯데에너지 3Q 영업익 30억, 87%↓…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 적자
전기요금 인상에 생산원가 부담도…판매량 확대, 고부가 동박으로 승부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공장에서 직원이 동박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SKC 제공)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국내 동박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동박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내년도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3분기 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86.7% 급감했다.

동박 판매량 증가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어난 2177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이윤 축소로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2.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0.8%로 집계됐다.

SKC(011790)의 동박투자사인 SK넥실리스는 3분기 1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2분기는 각각 3억원, 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적자를 면했지만 3분기 들어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3분기 매출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8.1% 주어든 1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도 동박(전지박) 중심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3분기 204억원의 적자를 냈다. 3분기 동박 매출액은 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이윤이 축소되면서 동박 사업 부문 적자가 이어졌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스페인 카탈루냐주 몬로이치 하이엔드 동박 생산공장 조감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수요 둔화와 동박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동박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요는 둔화하고 있는데 중국의 회로박 제조 기업이 생산라인을 동박으로 전환하면서 초과공급이 발생, 동박 판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국내 생산원가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부터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내년까지도 의미 있는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동박 초과공급이 2025년부터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가 이날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0.6원 올리기로 하면서 국내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박 산업 특성상 제조원가에 전기요금 비중이 높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동박공장 전경.(SKC 제공)

국내 기업들도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인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경영기획본부장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정도가 바닥이고 4분기부터 점차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내년까지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두환 SK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능성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다.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까지 준비해 갈 예정"이라며 SK넥실리스의 북미 투자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 동박 기업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한 판매량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인 하이엔드(고성능) 동박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내년 말레이시아 5·6공장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약 8만톤으로 확대하고 가동률을 풀캐파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하이엔드 동박 비중은 3분기 기준 약 5%에서 내년 1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SK넥실리스도 3분기 가동을 시작한 말레이시아 공장을 내년에 최대로 가동, 고객사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적의 10% 비중을 차지하는 고강도·고연신 동박 비중도 중장기적으로 58%까지 확대해 수익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솔루스첨단소재 캐나다 퀘벡주 동박 생산공장 부지 전경.(솔루스첨단소재 제공)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