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치킨게임에 '재수생 레이' 참전…'박리'로 '다매' 큰그림

업계 잇단 반값 전기차로 시장점유율 확보·원가절감 시도…레이EV 3분기 출시
'경차 중 1인자' 기대 많지만 주행거리 아직 짧은 편…"가격이 관건"

더 뉴 기아 레이. (기아 제공) 2022.11.17/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종이다. 높은 배터리 가격 탓도 있지만,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 절실하다. 기아(000270)는 인기 모델인 박스형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EV'를 통해 판매 볼륨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미 최근 레이EV의 국립환경과학원 인증을 마치고 3분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박스카 형태의 경차인 레이EV는 LFP 배터리를 탑재해 2000만원대 저렴한 가격이 예상된다.

저렴한 전기차를 준비하는 것은 비단 기아뿐이 아니다. 이미 전기차 치킨게임을 시작한 테슬라는 기존 모델 외에도 '반값 전기차'로 불리는 모델2(가칭) 출시를 준비 중이고, 폭스바겐은 ID.2, GM은 이쿼녹스 EV 등을 계획하고 있다.

저렴한 자동차를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차 1대당 수익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그 대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려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방식을 통해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을 이뤄내겠다는 전략도 담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가격이 불가피해 수익성이 좋지 않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오히려 수익을 더 낮추면서 정면돌파를 감행하는 것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CFO)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마켓 셰어를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아 입장에서는 레이EV에 대한 기대가 크다. 레이의 내연기관 모델은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2만5114대로 경차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크기는 경차지만, 박스카 형태의 넓은 공간 덕이다. 차박을 원하는 캠핑족이나 물건을 많이 실어야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인기다.

레이EV는 2012년 출시된 바 있지만, 당시에는 100㎞ 안팎의 짧은 주행거리, 4500만원대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단종됐다. 새롭게 출시되는 레이EV는 35.4kWh 배터리를 탑재해 200㎞ 수준의 주행거리로 이전 모델보다 크게 진화했다. 아직도 장거리 주행이라고 볼 순 없지만 이제 도심 주행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레이EV와 비슷한 형태의 차량이 글로벌 인기 모델이라는 점도 기대를 더한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이 집계한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모델별) 톱 10에는 우링의 홍광 미니EV가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내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유일한 전기차 모델로, 6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초저렴한 가격 영향도 있지만, 레이와 유사한 박스카 형태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레이EV가 전기차 시장의 '볼륨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다. 저렴하긴 하지만 국내 경차 시장 규모는 레이와 기아의 모닝, 현대차 캐스퍼 등을 합해도 지난해 13만2911대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판매 1위 모델인 그랜저가 6만2970대를 판매했는데, 그랜저 1종의 1년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규격 문제로 레이는 따로 수출도 않고 있어 시장 확대도 제한적이다.

주행거리를 200㎞대로 늘렸다고 해도 E-GMP 플랫폼 차량들에 비교해 절반 수준의 주행거리는 소비자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마니아층이 많은 MINI EV도 200㎞가 안 되는 주행거리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기대 이상의 저렴한 가격과 적절한 마케팅이 묶여야만 대량 판매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스카의 특장점인 차박과 적재 등의 실용성을 마케팅에서 얼마나 강조하고,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갖췄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