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처럼 쉽고 빠르게 거래"…직상장 서비스, '공모펀드' 구원투수 될까

연내 규정 마련해 이르면 내년 3월 31일 출시…편의성·환금성 개선
판매사 관계 눈치에 유동성 등 해결해야…"결국은 수익률" 지적도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공모펀드를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접근성 개선으로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새로운 기회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4개 자산운용사, 3개 증권사, 6개 수탁기관, 한국거래소 등 총 34개 사를 대상으로 '공모펀드 상장거래' 샌드박스를 지정했다. 연내 거래소 규정 마련, 내년 1분기 거래소와 예탁원 시스템 개편 및 거래소 상장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3월 31일부터 상장 공모펀드 거래를 개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해 왔다. 직접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가 증가하고 펀드시장에서도 ETF로 수요가 몰리면서 공모펀드 시장 규모가 축소된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ETF와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설정액은 100조 2000억 원으로, 2010년의 127조 2000억 원에서 20% 이상 감소했다.

공모펀드는 ETF에 비해 거래 편의성과 환금성이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펀드에 가입하려면 금융기관에 방문해 설명을 들어야 하며, 가입 과정에서 30분에서 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환매 절차도 복잡해 자금이 입금되기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공모펀드의 직상장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접근성과 환금성 문제가 많이 지적됐는데, 이제 고객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거래할 수 있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ETF에 가려져 잊혀가던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환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직상장 서비스로 공모펀드의 흥행을 유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우선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모펀드 직상장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3곳에 불과하다. 상장을 위한 설정액 기준 문제도 거론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상장 기준이 높으면 중소형사에 불리한 시장 구조가 되고, 상장 기준이 낮으면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요 판매처인 은행과 증권사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구조라 자산운용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직상장으로 은행과 증권사 창구 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나, 여전히 창구 판매가 유지되고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와의 관계 유지 문제로 인해 운용사들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흥행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결국 상품 경쟁력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편의성도 좋지만,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도 앞서 간담회에서 "낮은 비용과 거래 편리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 운용과 혁신적 전략을 통해 벤치마크를 초과하는 성공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