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실사 날짜 착오' 해명에도…금감원·업계 '싸늘'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기간 유증실사 안 해…날짜 잘못 기재"
"2.5조 규모 유증 단기간 처리 어렵다…사실이라도 졸속처리"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두산그룹 기업구조개편, 신한투자증권 LP운용 손실 등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2024.10.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날짜 착오'라는 해명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해명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라는 것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증자 추진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일반공모 증자를 검토한 것은 23일 자기주식 공개매수 종료 이후"라고 해명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과 겹치는 일정이었다. 이에 전날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위계에 의한 부정거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날 14일 실사가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가 아니라 자사주 공개 매수에 따른 차입금 처리를 위한 부채조달 실사였을 뿐이라고 설명헀다. 이 결과를 유상증자 실사에서도 활용하며 신고서 기재가 잘못됐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고려아연의 해명에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고려아연 말대로라면 23일 이후 약 4거래일 만에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절차를 모두 마쳤다는 것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규모에 비해 너무 단기간"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실이라고 해도, 내용보다 형식 완성에 치우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무리한 해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할인율과 가격, 시장에 미칠 영향, 인수 방식과 수수료 등 전반에 대한 논의가 단기간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입증할 문제겠지만,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할 내용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너무 졸속처리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