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면 '깡통', 오르면 '세금폭탄'…폭락장에 불붙은 '금투세'

급락에 외국인·기관 '팔자'…개미만 '매수'하며 지수 방어 "취약한 수급 구조"
금투세 시행 시 개미도 이탈 우려…"코리아디스카운트 심화할 듯"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미국 경기 침체 공포로 한국 코스피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는 등 국내 증시가 요동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론에 불이 붙었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손실은 보전하지 않으면서, 상승 때 벌어들인 돈에만 20%가 넘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인이나 기관은 빼고 개인투자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해 증시 버팀목인 '큰손' 개미가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며 한국 증시가 외국인 수급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금투세 도입은 증시의 고질적인 수급 문제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더 심해지 것이라는 지적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투세 폐지를 두고 여·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혔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는 민생"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 민생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2%(지방소득세 2% 포함)를, 3억 원 이상이면 27.5%(지방소득세 2.5% 포함)를 과세하는 제도다. 당장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달 초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투세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일과 5일 코스닥은 15.03%, 코스피는 12.10% 내렸다. 특히 5일 하루 동안 코스피는 8.77% 하락하며 지난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약 16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락 폭(234.64p)으로 따지면 장중, 종가 모두 포함해 역대 최대다.

가뜩이나 미국이나 일본 증시보다 덜 올라 답답했던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 급락에 '패닉'에 빠졌다. 이 와중에 손실은 개인이 떠안고, 상승 시 이익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장은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금투세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오직 개미에게만 부과된다. 그동안 외국인과 기관은 작은 변수에도 '셀코리아'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를 'ATM'(자동 입출금 기기)으로 부를 정도다.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한국증시에서 돈을 빼 현금화했다. 급락장에 코스피가 버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개인은 급락장에서도 나름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 2일과 5일 외국인이 2조 2988억 원, 기관이 1조 7260억 원을 순매도할 때도 개인은 홀로 3조 8249억 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그러나 금투세가 시행되면 큰손 개미부터 떠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5억 원을 초과하는 상장주식을 보유한 개인은 18만 9000여 명으로 전체 상장주식보유자 1403만 명의 1.35% 수준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들이 떠나면 증시의 수급 기반이 흔들리고 투자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

세수 확대 역시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장 대신 미장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증시가 하락해 거래가 줄어들면 금투세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실익은 없고 수급만 꼬이게 되는 셈이다.

앞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논평을 통해 "금투세 대상자는 전체 투자자의 1%인 15만 명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5%의 한국 주식시장 주주수익률을 감안하면 이들의 투자금은 1인당 최소 10억 원"이라며 "금투세 대상자들에게 새로 세금을 부과해 실질 수익률이 떨어지면, 이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상당한 돈을 해외시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시행으로 이탈할 경우, 기업 자금 경색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금투세에 대해 "자본시장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폐지 입장을 밝혔다.

이제 공은 다수당인 민주당에 달려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keon@news1.kr